사붓골(글/안상학)사붓골
겨울 짧은 해 숨 넘어가는
갈라산 아래 국수를 말아 파는 집
섬돌에 놓인 신발 두 켤레 햇살이 벗고 갔나
북으로 흐르는 냇물을 따라 갈라당으로 가면
회나무 가지 끝에 가까스로 걸려있는 맨발의 햇살
신행 가마에 타고 갈라산 넘다
벼랑으로 굴러 죽은 새색시는 당집에서 혼자 산지 오래다.
여기는 더러 사랑을 이루려는 연인들이 소원 빌러 오면
햇살도 가끔은 신발을 벗고 큰절을 올리는 곳
당 아랫녘에는 추자나무 낙엽 밑에 남모르는 추자가 많고
당 윗녘에는 공공근로자들이 만든 샘이 달다.
햇살을 잃은 저녁에는 쇠죽을 끓이는 연기가 마을을 내려가면
국수집에는 더러 닭백숙을 찾는 손님이
사립짝 닭장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시. 안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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