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는 속 빈 강정(글/주진영)늘 그렇듯 정든 곳을 떠나 새로운 곳을 찾을 때는 아쉬움과 함께 설레임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굳이 수학공식으로 가늠한다면 후자의 설레임보다 전자에 대한 아쉬움쪽으로 부등호가 그어질 것이다. 몸 붙이고 마음 떼어주면 떨어지길 싫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어찌 10여 년 간 부대껴온 친구들과 지인들을 멀리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겠는가. 그러나 인생에는 예정된 길이 없듯 또다시 정붙일 곳을 향해 길을 떠났다.
안동 땅에는 첫발을 디딘지가 지난해 7월쯤이니까 꼭11개월이 지났다. 사실 안동은 처음이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축구를 한답시고 안동을 스쳐가듯 와보고는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러나 오랜 세월 망각의 늪에 허우적거리다 보니 초등학교 시절 뇌리에 새겨졌던 안동의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두 번째가 곧 첫 번째인 셈이 되 버렸다.
처음 원고청탁을 받았을 땐 무얼 어떻게 써야될지 이만저만한 고민이 아니었다. 1년도 채 살지 않은 놈이 글을 쓴답시고 주절주절 너스레나 떨어 고향사람들에게 뭇매나 맞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 것도 사실이었다. 솔직히 안동에 대해선 지금도 잘 모른다고 하는 것이 보다 진솔된 표현일 듯하다. 물론 직업상 이곳 저곳을 다니더보면 평범한 직장인들보다야 조금 더 안동 돌아가는 사정을 알 수 있을는지는 모르지만 그거야 어디 겉만 볼뿐이지 내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안동인 고유의 정서를 한자락이라도 짚을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이왕지사 초보 무지랭이에게도 천운이 닿아 안동에 대해 논할 기회를 부여받았으니 실로 입맛 당기는 글 한편 올려 속상하고 무료하먼 독자들에게 안주거리 한 접시 올리는 것도 가히 나쁘지 만은 않을 터. 쓰는 놈 재량껏 양념과 소스를 발라 이리치고 저리매쳐 근사한 요리하나 올리려고 한다. 요리 드시는 독자들은 주방장 요리솜씨 없다고 핀잔주지 말고 그 놈의 집 맛대가리 없다고 소문내지 말고 '아따 그놈 기특하다. 내가 할 소리 지가 하고 있네. 그놈 언제 한 번 만나면 겁나게 소주한잔 쏴야겠다.' 이런 맘으로 맛있게 먹어주길 내심 빌어본다.
웅부 안동의 위세를 다시 한 번 펼치길 기대하며
가장 한국적인 정서가 살아있는 곳, 외국인이라면 한번쯤은 둘러보고 가야 하는 곳, 정치인들이 집권을 위해선 의무적으로 다녀가는 곳, 가장 전통적이지만 가장 보수적인 곳
안동이라는 지역을 논할 땐 수많은 형용어구들이 앞자릴 차지한다. 그만큼 안동이란 곳이 역사적으로나 지리적, 문화적 특수성을 간직하고 있음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충과 예, 효 등 오랜 기간 한국사상의 맥을 이어온 유학의 근본 교리를 충실히 수행해온 곳 안동,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나 이들 사상은 아직까지 한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안동에서 치러지는 각종 대회나 행사때는 이들이 고스란히 베여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수많은 문화적 보고와 사상적 기틀을 간직한 지역이지만 유독 경제논리에서 만큼은 자유롭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내세울 만한 공장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며, 관광지라고는 하지만 벌어들이는 수입 또한 변변치 않음이 현실이다. 더구나 그 동안 지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온 농업마저 밀려드는 외풍에 흔들리고 있고, 교육자원마저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점차 경쟁력을 잃어 해마다 정원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경제로 봐선 이만저만한 우려가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안동, 임하 양댐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지역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시적 손실과 잠재적 손실액을 합쳐 수백억대에 이른다고 한다. 안동사의 재정자립도가 20%를 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들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앉아서 고스란히 손해를 본다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달리는 것과 다를바 없다.
그러나 마땅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로선 천혜의 보고인 문화유산을 적절히 활용한 관광산업에 한낱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해법도 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다행히도 해마다 안동을 찾는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어 이러한 기대에 다소 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역에는 경쟁력있는 자원들도 많다. 안동간고등어를 비롯해 안동소주, 안동포, 안동한우 등 고유의 맛과 향을 지닌 특산품들은 시간이 더할수록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하회탈춤의 신명과 해학이 보는 이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음으로써 명실공히 한국최고의 탈춤으로 자리를 잡아 전국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밀려들고 있다. 가뭄 끝에 단비 격이다. 이들의 계속되는 선전에 기대를 걸어본다.
물론 정책 하나만으로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다. 여기엔 각종 양념이 더해져야한다. 짠 맛 매운 맛 싱거운 맛 떫은 맛... 그중에서도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진한 맛이 으뜸일 것이다. 보수적이긴 하지만 지역민들의 단결된 역량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인고의 세월을 거치면서 다져지고 단련된 안동인들의 풍부한 정서와 내실있는 자신감이 21세기 무한경쟁의 시대에 버팀목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웅부 안동의 위세가 다시 한번 나래칠 것을 기대하며, 안동땅에서 안동사람들과 부대끼고 살 동안만큼은 부끄럽지 않은 안동인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해본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