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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디자이너 강일탁씨의 작업실(글/임종교)

"안동에서 우리의 전통과 컴퓨터를 결합한 독창적 작품 만들고 싶다."

광고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TV에서 하는 영상광고 시간만 합해도 본 프로 몇 편은 더 만들 것이며, 신문을 펼칠 때마다 수북한 전단지들만 보아도 그렇다. 이 뿐만 아니라 이제는 더 가관인 것이 현란한 의상을 입고 댄스음악에 맞춰 도로를 세내고 하는 그런 홍보전략도 등장했다. 어떤 광고 어떤 홍보전략을 쓰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 일에 일선에 광고디자이너들이 있고, 오늘은 바로 광고만들기를 운영하고 있는 디자인 실장 강일탁씨(34)의 작업실을 엿본다.

경안여중 올라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용마 아파트 앞 상가 건물 2층에 하늘색 간판의 광고 만들기가 보인다. 작업실이자 사무실 안에 들어서면 우선 손수 그렸다는 일러스트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고, 한 쪽 벽면으로 컴퓨터와 디자인 관련 책들이 빼곡하다. 사무실 중앙으로 이젠 작업할 때 없어서는 안될 멕킨토시와 컴퓨터가 놓여있고, 강 실장 자리 뒤에는 때이른(?) 허수아비 사진들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지나다가 허수아비를 많이 세워놓은 곳이 있어서 찍은 것들이란다. 메밀밭 위에 서 있는 허수아비 하나하나를 렌즈에 담아 온 강 실장의 정성이 소중하고 정겹다. 허수아비 말고도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더 붙여놓았다. 새롭게 찍은 사진들로 바꿔가며 변화를 준다는 것이 사소해 보이지만 한자리에 정체되지 않으려는 또 다른 그의 일상인 듯 하다.

강일탁 실장은 안동 옹천이 고향이다. 서울에서 광고 쪽 일을 하다가 안동에 온 지는 3년 정도 된다. 서울에 있을 때 일러스트레이터와 광고 디자이너를 했었고, 디지털 미디어(DMV)에서 비디오 담당 팀장으로 비디오 자켓 디자인과 포스터 작업을 했다. 얼핏 들어봐도 알만한 산부인과, 세븐틴, 유리, 제 8요일을 비롯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야말로 잘나가고 있던 그가 안동으로 내려온 이유는 뭐였을까?

"부모님이 계시고 같이 살려고 왔어요. 그리고 이미 서울에서 여러 가지 기술들을 익히고 공부한 상태였고, 시대가 바뀌어서 컴퓨터 분야나 멀티미디어, 광고쪽으로는 굳이 서울에 한정되지 않고도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점차 마련되어가고 있어서 지역에 있다는 것이 별로 구애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어요."

철이 들면서부터 컴퓨터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다는 그는 미대에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원치 않으셨던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대학에 진학해서도 미대생들과 똑같이 그림에 몰두하며 살았다. 주로 상업미술이었는데 그때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과 일년에 한번씩 전시회를 갖기도 한다.

그의 작업실에 또 하나 특이할 점이라면 카메라 장비들이다. 광고하는 사람이라기 보다 사진하는 사람모양으로 장비들이 상당하다. 사무실 한 쪽에 흰 막을 쳐놓고, 제품사진을 직접 찍고 있었다.

"사진을 의뢰해 보니까 내가 원하는 샷을 담아주지를 못하는 것 같아서 직접 하기로 맘먹었지요. 그리고 일러스트나 컴퓨터 그래픽이나 사진, 광고나 간에 이젠 이런 것들의 경계선이 다 무너져버렸지요. 이젠 그것을 뛰어넘지 못하면 디자인 일을 못합니다."

그는 틈틈이 시간이 나는대로 문화재 사진들을 비롯해서 우리의 전통적인 소재들을 찾아 렌즈에 담아내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하는데는 자신의 꿈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첨단적인 컴퓨터를 이용해서 우리의 전통적인 것과 결합시켜서 남들이 하지 않은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사진도 찍으러 다니고 자료도 모으고 있는 중이지요."

그가 하고자 하는 작업이 그런거라면 안동은 그에게 득이 되는 곳임은 분명하다.

"내 작업의 중심은 여기예요. 앞으로 생활이 좀 힘들더라도 떠날 생각은 없습니다."

아직은 광고 기획쪽으로 후발업체인 광고만들기, 그 동안 국제탈춤페스티벌 리플렛을 비롯해 안동시정, 안동대학교 교지 등 여러 가지 제작물들을 해왔다. 현재 그는 기획을 맡아하는 손경식(34)씨와 디자이너를 담당하고 잇는 서정현(21)씨와 같이 광고의 질에 승부를 건 광고 기획사로 꾸려가고 싶어했다.

"안동은 광고에 대한 지식도 사실상 없고, 많이 낙후가 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업체가 난립해 있고 전문적으로 광고기획을 하는 사람들이 없다보니까 광고의 질을 높이는 것보다 가격으로 덤핑을 하려는 식이지요. 장기적으로 다 살아남으려면 광고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한 전초전일까. 그는 안동에 컴퓨터를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모아 동아리를 하나 만들 생각이다. 서로 정보교환도 하고, 컴퓨터 작품들도 만들고, 그래서 전시회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아직은 하고 싶은 일 많고, 의욕이 넘치는 30대. 그와 같은 의욕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늘 그런 식인, 안동의 광고·출판계의 새바람을 일으키길 바래본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