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3기를 준비하는 6.13 지방선거(글/조동진)지방자치제도 실시 이후 세번째 맞는 6·13 지방선거의 막이 올랐다. 5월 28일과 29일 양일간의 후보등록에서 경북북부지역은 기초단체장과 광역, 기초의원 후보로 모두 395명이 등록해 평균 2.5대 1의 경쟁율을 보이면서 지난 98년 선거 때보다 높아졌다.
기초단체장에는 영주시장에 5명, 안동시와 영양군 4명, 상주시와 청송. 예천군에 3명의 후보가 나왔고 문경시와 봉화. 의성군에 2명 등 모두 28명이 등록해 평균 3.1대1의 높은 경쟁율을 보였다.
19명을 뽑는 광역의원 후보에는 모두 42명이 등록해 2.2대 1의 경쟁율을 보였고 133명을 뽑는 기초의원에는 325명이 등록해 2.4대 1의 경쟁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안동과 문경, 의성, 청송 등 4개 지역 광역의원 선거구에는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고 기초의원에서도 17개 선거구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처음으로 후보자의 전과와 병역, 소득 등 신상정보가 인터넷으로 공개되고 있다. 누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 신성한 국방의 의무는 제대로 이행했는지. 세금은 얼마나 성실히 납부했는지를 유권자들에게 공개해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 취지와는 달리 후보자들의 정보공개는 미흡하고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전과내역 자료는 서비스되지 않고 있으며 재산액과 세금납부 실적도 지역별 현황만 개괄적으로 나타날 뿐이다.
관심의 대상인 후보자의 전과내역 역시 총 건수만 제공되고 있을 뿐 후보자별로 정확한 기록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전과기록에서 벌금형은 모두 제외되고 금고 이상의 기록만 공개되고 있으며 특히 파렴치범을 판단할 근거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전과기록을 갖게 된 후보자와 성폭행, 사기, 폭력 등의 후보자가 분명히 구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유권자에게 배달되는 선거공보물에도 이 같은 사항들은 기재되지 않고 있어 유권자가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해당지역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가 열람하는 수 밖에 없다. 결국 유권자들은 자세한 개인정보를 알지 못하고 언론 등을 통해 피상적인 지식만으로 투표에 나설 수 밖에 없어 후보자의 정보공개는 원래 취지를 상실하고 있는 셈이다.
실례로 경북북부지역에는 전과가 있는 자치단체장 후보는 2명으로 전과내역도 사기와 업무상 횡령,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의 뇌물죄였다. 유권자에게 올바른 판단과 선택의 근거를 제공하고 도덕적 결함이 있는 사람은 아예 후보자로 나설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신상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정책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후보등록이 끝나면서 후보자들은 선거벽보와 공보물 준비, 각 가정에 보내는 소형인쇄물의 작성에 나서야 한다. 자치단체장과 광역, 기초의원 입후보자들은 6월 1일까지 선거벽보와 공보물을 제작해 해당 시군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하고 단체장 후보는 6월 4일까지 각 가정에 배달하는 소형인쇄물도 동시에 제출해야 한다.
홍보물 준비기간은 2일에서 길어야 5일로 유권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분명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글자 하나 사진 하나에까지 신경써야 하는 후보자들로서는 정신없이 바쁜 시간이 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기호를 배정 받아야 홍보물 제작에 나설 수 있지만 무소속 후보자들에게는 기호배정 절차가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광역과 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기호배정은 정당의석수에 따라 부여되기 때문에 무소속 후보자들은 등록이 마감될 때까지 자신의 기호를 알 수 없다.
정당 공천자는 자신의 기호를 미리 알고 느긋하게 홍보물 준비에 나설 수 있지만 무소속 후보들은 후보등록이 끝난 뒤에서야 기호를 배정받아 준비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공평한 기회제공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지방선거만이라도 정당에 관계없이 추첨으로 기호를 결정해 모든 후보에게 공평한 준비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는 과거 선거와는 달라진 점이 많다. 이번 지방선거는 동시선거이기 때문에 선거일 전까지 향우회와 애향회, 시·군민회등 각종 종친회와 동창회 모임이 모두 금지된다. 또 확성기 소음 등을 고려해 기초의원 후보는 공개장소에서만 연설·대담용으로 휴대용 확성기만 사용할 수 있다. 즉 차량에 부착한 확성장치로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광역의원 후보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차량부착 확성장치는 오전 7시에서 밤10시, 휴대용 확성기는 오전 6시부터 밤11시까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피켓과 깃발 등의 수기는 사용할 수 없고 어깨띠는 선거사무원과 후보자 가족에 한해서만 착용할 수 있고 명함배포는 후보자 본인이 직접 나눠주는 것만 허용된다.
같은 정당 추천후보는 선거사무 기구나 소형 인쇄물을 공동으로 이용하거나 작성할 수 있고 연설·대담도 공동으로 허용되고 있다. 선거별 투표용지는 광역시장과 도지사는 백색, 기초단체장은 연두색, 광역의원은 하늘색 기초의원은 계란색이다.
특히 이번 선거부터는 사상 처음으로 정당별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서 연청색으로 된 비례대표 광역의원 선거가 추가돼 한번에 5번을 기표해야 된다.
이번 선거에서 달라지는 주요 내용이지만 과연 제대로 지켜질 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홍보부족 탓인지 일부 후보자들은 여전히 피켓을 사용해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고 종친회와 동창회 모임을 통한 선거운동은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오히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불·탈법 선거는 더욱 지능화되고 있어 적발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 향응제공행위는 3, 4명 가량의 적은 수의 모임에서 은밀히 이루어지고 있는데다 특히 제3자가 향응을 제공한 뒤 후보가 나중에 전화로 인사하는 식으로 실제 모임에서는 선거운동이 이뤄지지 않아 불법선거행위를 적발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선관위측의 설명이다.
선관위에서 부정감시 단원을 모집할 때 서류와 면접만으로 채용하기 때문에 감시단원이 각 후보진영의 소속원인지 검증하기 어려워 감시정보가 후보진영에 흘러 들어가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선거가 시작되면서 공무원들의 선거개입이 우려됨에 따라 행정자치부는 감찰반을 운영해 공무원의 선거개입을 엄단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공무원들은 종친회나 동창회 등의 명분을 빌어 직원을 불러 모은 뒤 공공연히 특정후보의 지지발언을 하고 있으며 일부 공무원들은 수시로 자리를 비워 민원인의 눈총을 받는 경우도 있다.
불·탈법 선거운동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의 후보자 검증작업이 활발하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지난달 광역시를 비롯해 안동과 포항, 구미시 등 주요 도시에서는 시민단체 회원을 중심으로 한 유권자 2백인 위원회가 결성됐다. '변화의 씨앗, 유권자의 한표'라는 기치아래 결성된 유권자위원회는 지방자치의 문제는 시민 스스로가 주인자리를 되찾자는 인식에서부터 시작됐다.
현재 우리의 지방자치제는 시민은 여전히 주인이 되지 못하고 관객이자 손님으로 머무르고 있으며, 오히려 시민이 선임한 일꾼들이 주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더 이상 지방정치를 정치인의 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이 주인되는 지방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발족된 것이 유권자 2백인 위원회이다. 이 단체는 부정선거 고발센터를 운영하면서 불법·탈법선거 감시활동을 벌이고 유권자의 행동요령 등을 집중 홍보하게 된다.
특히 시민평가단을 조직해 후보자들의 자질을 평가하고 공약의 실현 가능성 등을 집중 검증해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또 광역과 기초의원을 대상으로 후보자 정책토론회까지 개최해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위한 기본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 2천년 총선에서 시민단체가 전개한 후보자 낙천, 낙선운동에서 한 단계 발전한 이들의 활동은 시민 참정권을 되찾는 유권자 운동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모든 후보자들은 목표를 향해 출발선을 떠났다. 일부 입후보 예정자들은 공천과정에서 금품수수를 둘러싸고 이미 구속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으며 앞으로 선거과정에서 또 어떤 일그러진 모습들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미비한 선거제도와 당선부터 되고 보자는 후보자들, 떡고물을 기대하는 선거브로커와 유권자들의 의식은 우리의 선거풍토에서 시급히 청산해야 할 부문이다.
선거의 주인공은 결국 후보자와 유권자이다.
혼탁과 불법, 부정선거를 근절하고 선거를 건전한 축제로 승화시켜 나가는 책임은 바로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의 몫일 것이다. 공정하고 깨끗한 게임속에 패자는 승자를 축하하고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일까?
선거의 두 축인 유권자와 후보자가 선거문화를 개혁하고 변화를 견인한다는 의지와 실천이 뒤따를 때 이 같은 기대가 결코 꿈같은 희망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기원해본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