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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안동의 해학(글/김원길)

김원길 著 현암사 刊「안동의 해학」이 두달 만에 4 刷에 들어갔단다. 유머를 좋아하고 안동을 사랑하는 향토인들이 마치 「안동소주」나 「간 고등어」를 사서 외지에 나가서 살고 있는 친지들에게 보내듯이 「안동의 해학」을 무더기로 사서 부쳐 보낸 탓이리라.
안동사람의 얼이 담긴 안동의 우스개는 안동을 알리는 책으로서, 또 하나의 꾸준히 팔리는 관광상품으로 자리가 잡히고 있다. 이번 호부터 저자가 그 사이 새로 수집한 우스개들을 차례대로 싣는다. 독자 중에서 소개할만한 이야기 자료가 있으면 김원길씨에게 이야기 요지를 적어 보내주시기 바란다.
연락처 : 760-030 안동시 법흥동 60-13 Tel(054)857-5553 FAX(054)857-2444/ E-mail: webmaster@jirye.com

<<<산신령 보게 >>>

영양군 일월산 아래 청기 동네에 가난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청기는 ОО吳씨 집성촌으로 양반동네였는데 이 농부는 유독 '양반'이라는 자존심이 목구멍까지 꽉 차 있었다.
그러나 이 양반, 아들을 못 낳아서 영험 많기로 소문난 일월산 산신령에게 치성을 올려야겠는데 그 해 따라 흉년이 들어서 떡은커녕 밥 지을 쌀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죽 한 그릇을 끓여들고 산에 올라서 비는데 도저히 산신령에게 존댓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어이, 일월산 산신령 들어보게, 우선 이 죽 한 그릇 먹고 아들 한 놈 점지해주면 내년 농사 잘 지어서 엄청난 밥상 차려 줄 테니 그리 알게" 하더라나.
처남의 댁 낙태
옛날에는 상주가 되면 부모상 이외에도 촌수에 따라 상복 입는 복식(服式)이 모두 달랐다. 어느 동네에 상주 한 사람이 하얀 갓끈을 매고 친구들 앞에 나타났다. 주위 사람들이 아무리 상례를 따져봐도 흰 갓끈 멜 촌수의 사람이 죽은 이가 없었다. "자네 그 갓끈 웬일인가?" 하고 물으니 대답이 왈 "저..., 처남의 댁이 낙태를 해서...."

<<<소호리(蘇湖里) 국수>>>

한산(韓山) 이씨들이 모여 사는 소호리란 마을이 예전엔 몹시 가난했던 모양이다. 어느집 사랑에 마을 어른들이 모여 앉아 놀고 있었다. 그런데 입 다실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마침 동네안 어느 집에서 간장 달이는 냄새가 풍겨오니 더욱 시장기가 느껴졌다.
어느 어른 입에서 흘러나온 말, "어참! 그 간장 냄새 한번 좋다. 밀가리가 있으면 콩가리 꿔다가 국시 만들어서 저 간장 달인 솥에다가 삶아 먹었으면 좋으려만......"

<<<검제 가난 이야기>>>

검제에 사는 학봉선생의 후손 한 분은 학문의 경지는 높았지만 세상 물정에 너무 어두워서, 살림살이가 말이 아니었다. 어느날 부인이 또 양식 걱정을 하자 이 어른, 자손들이 모인 자리에서 무릎을 탁 치며 하시는 말씀, "야들아! 우리도 논을 사서 농사를 지으면 양식 걱정 없을 것 아니냐?......"
한번은 집이 퇴락하여 지붕에서 비가 샜다. 옹가지, 바가지, 등 있는 대로 빗물을 받고 있으려니 하시는 말씀, "야들아 좋은 수가 있다. 방만한 궤를 짜서 방속에 들여다 놓으면 비 올 때 그릇그릇 물 받을 일이 없지 않겠느냐?"

<<<명주(明紬)도포>>>

임하마을 언고개 어른이 손부를 보게 되었는데 시가에서 예단(禮緞)으로 명주도포를 만들어 보내오니 너무 좋고 황감했다. 예석에서 절을 받을 때 엉거주춤 서서 주위를 둘러보며 하는 말 ,"야들아, 명주도포까지 받았는데 절을 앉아서 받아도 될라?......."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중앙선 철도가 처음으로 생겼을 때 어느 양반이 안동에서 서울까지 기차를 타게 되었는데. 초만원이라서 문밖에 서서 가게 되었다.
다리는 아프고 잠이 와서 죽겠는데 다음 칸을 들여다보니 거기는 조용하게 앉아 가는 사람뿐이 아닌가! 이 양반 그 칸으로 들어가서 빈자리에 편안하게 앉아 자다니까 열차 승무원이 와서 깨우며 "여기는 이등 칸이니 돈을 더 내야 합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할 수 없이 억울하게(?) 돈을 더 내고 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서울역 앞에서는 인력거를 타고 가야 했다. 의자에는 올라앉지 않고 발판 위에 앉았으려니 "손님, 뒤로 올라가서 편안하게 자리에 앉으세요." 했다. 이 양반 "내 한번속지, 두 번 속을 줄 아나!" 기어이 발판에 앉아서 갔다.

<<<비오는 날 점심>>>

임하(臨河) 언고개 어른이 이웃집 사랑방에서 주인과 담소하고 있는데 마침 장대비가 쏟아졌다. 주인이 "언고개 어른요. 마침 비도 오고 하니, 오늘 점심은 여기서 잡수시고 더 노시다가 비 개거든 가시소"
"그러세" 그러곤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더니 한참 후 비를 쪼르르 다 맞고 들어오는 게 아닌가?
주인이 "어디 갔다 오시니껴?" 하고 물으니 "우리 집에 가서 내 점심하지 말라 하고 왔네" 출처: 임동면 박실마을 출생 류혁진 주부(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