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어느날의 이하역(글/이현정)
안동과 영주를 잇는 철도 중앙선. 안동역에서 영주역을 향해 달리던 열차는 약 10분후 한 간이역에 처음으로 정차한다. 이곳이 바로 이하역이다. 비둘기호를 탔다면 서지역에서 먼저 섰겠지만, 지금은 비둘기호도 서지역에서 비둘기호를 기다리던 사람들도 기억 속에서나 가물거린다. “일주일에 한 두 사람만 기차를 타러 옵니다.” 역무원 김정고 아저씨의 웃는 모습이 어쩐지 이하역과 닮았다.
2005년 1월 22일 아침, 가로등이 꺼지고 어둠이 밀려 갈 즈음 1663호 열차가 이하역에 정차했다. 이하역에는 영주-울산을 왕복하는 통근열차와 청량리-안동을 왕복하는 통근열차가 하루에 네 번 정차한다. 도회로 나간 아들네 집을 찾아 가는 노부부도, 몸집보다 몇 배나 큰 짐을 짊어진 장꾼도, 방학이라 친척집을 찾아가는 아이들도 없이 이하역은 역무원들과 함께 쓸쓸하였다.
아침 7시 45분, 두 기차가 나란히 있는 순간이다. 1633호 열차가 기다리는 동안 1690호 열차는 이하역을 지나쳐 영주를 향해 달리고 있다. 역무원의 발길이 지나가는 열차로 향한다. 열차가 무사히 이하역을 빠져나가는지……. 이하역에 정차했던 열차도 출발할 시간이다. 더 이상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승무원은 열차에 오른다.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대합실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도, 열차에서 내릴 사람을 마중 나온 사람도 없다. 이곳은 시골의 조그만 간이역. 열차가 한 번도 서지 않아도 상관없을 법한, 말 그대로 간이역이다. 문득, 열차를 타고 이하를 떠난 사람들은 지금쯤 어느 역에서 열차를 기다릴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