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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문화보전회 김원길 회장(글/서동석)

안동은 한국정신문화의 본 바탕이라는 사실을 자부하는 곳이며, 이에 걸맞게 얼마 전 세계역사도시연맹의 회원으로 가입을 하기도 하였다. 이 연맹은 역사가 깊은 도시의 전통 보존과 발전을 위해 1987년 설립됐다. 지금까지 회원 도시는 49개 나라 65개 도시이며, 우리나라는 안동과 경주가 회원도시로 가입되어 있다.
세계역사도시연맹이 회원도시로 인정할 만큼 전통문화가 살아 있는 안동은 특히 문화재로 지정된 옛집이 아주 많다. 종갓집을 비롯한 고택·서원·서당 등이 170 곳이 넘고,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문화재에 상당하는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오래된 집도 200여 곳에 이른다.
이처럼 역사와 문화전통을 자랑하는 안동에 얼마 전 이런 전통에 걸맞는 새로운 단체가 생겼다. 시인이자 지례예술촌의 촌장인 김원길 씨가 발기하여 창립한 고택문화보전회가 바로 그것이다. 설이 다가오는 무렵 쌀쌀한 날씨 속에 김원길 회장을 만나 고택문화보전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택문화보전회의 탄생

고택문화보전회는 고택의 유지와 고택 생활문화를 보전하고 나아가서 관광자원화를 통해 이 두 가지 목적을 좀 더 효율적으로 달성하고자 만들어진 단체이다. 사실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다양하고도 많은 오래된 집을 보유하고 있는 안동은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온전하게 고택의 보전이나 고택의 전통문화 보전이 어려운 형편이다. 지금은 그저 건물 유지보수에만 신경을 쓰고 있으나, 사람이 생활하지 않는 한 집은 그저 나무와 흙일뿐이다. 생활을 통해 쓸고 닦으면서 집에 숨결을 불어넣지 않는다면 단순한 건물보수는 얼마 가지 않아 그 효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안동 인근 지역에서 주인을 잃고 허망하게 무너져 가는 집들을 여럿 볼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얼마나 빨리 훼손되는지를 실감할 수가 있다.

김원길 회장은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으며, 더구나 수몰로 인해 사라져 갈 뻔한 고향의 오래된 가옥들을 한 곳에 옮겨 예술창작촌을 운영하고 있으니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오래 전부터 고택문화보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던 차에 2003년 9월 26일 밤 탈춤축제 축하를 위해 당시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과 이의근 경북도지사 및 관계자들이 안동에 내려 왔을 때 이런 뜻을 제안하였다고 한다. 이후 서너 차례 상경하여 관계자들에게 배경설명을 하고 나서 결국 2004년 7월 28일에 전국의 여러 고택 주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사단법인 고택문화보전회를 탄생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고택문화보전회의 활동

보전회는 고택의 관광자원화 사업의 첫 단계로 화장실과 샤워실 및 입식부엌 등 편의시설 지원을 문화관광부로부터 약속 받았다. 대신 대상 고택을 선정하는 일은 보전회가 맡아서 하게 되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신청 받은 114개 고택 가운데 일일이 답사를 통해 먼저 30곳을 선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행정의 어려움과 재정확보의 문제로 우선 25곳을 선정하게 된다.

큰 고택들은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 많은데, 이런 곳들은 구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각종 편의시설을 확충하는데는 현상변경신청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되고 허가가 나지 않으면 선정 포기를 하게 된다. 또한 정부의 지원금을 사용하는데도 자치단체와 가옥주들이 일정부분을 감당해야 되는데, 지방비부담이 어려워 선정되기를 포기한 곳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선은 강원 1곳, 충북 1곳, 충남 1곳, 경북 14곳, 경남 2곳, 전북 1곳, 전남 5곳이 지원대상 가옥으로 선정되었다.

경북 14곳에는 안동이 자그마치 10곳을 차지한다. 지례예술촌·오천군자리·경당종택·무실종택·수애당·임청각·북촌댁·치암고택·고성이씨탑동파종택·고산서원이 안동에서 지정된 곳이다. 선정 과정에 지역적인 안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수를 안동이 차지한 것은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많은 고택의 수와 고택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뿐이다.

고택을 선정하는데 불가능한 곳은 빈집이거나 개방을 원하지 않는 집 그리고 상업적 목적만 노리는 집, 또 당장 사업에 참여할 수 없거나 사업의 영속성을 유지할 수 없는 집들이다. 경남 함양의 정일두 선생 고택은 멋스럽고 웅장했지만 빈집이라서 지원되지 않았고, 광주의 고제봉 장군 종택은 폐허이나 후손들이 기어이 살려내겠다고 하여 지원을 하였지만 광주시가 부담금 마련이 되지 않아 포기해야만 했다.

활동 중에 겪은 일들

고택들을 선정하기 위해 실사단이 구성되었다. 강원도 영월에서 전남 해남 보길도까지 전국을 발로 누비며 사업 목적에 걸맞고 의욕있는 집들을 선정하기 위해서이다. 문화관광부 국민관광과 직원 1명과 김원길 회장 그리고 법인의 각 지역이사 1명으로 구성된 실사단은 각 지역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안내를 받아가며 전국을 순회하게 되었다.

문화관광부 해당 공무원의 인사이동으로 일정이 많이 밀리기도 하였다. 강원도 영월에서 밤중에 바로 전남 나주까지 이동한 적도 있었다. 지자체 담당자들이 상부 공문을 분실한 곳,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담당자도 있었고, 지역 당담자와 가옥주의 사적인 감정으로 대상을 누락시킨 곳도 있었으며, 절도 고택에 포함된다고 생각하여 끝도 없는 산중으로 안내한 지역 담당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어떤 곳은 멋스럽고 규모 있는 문화재급 가옥이 있는데도 자그마한 농가들만 신청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유를 물어 보니 문화재로 지정 된 곳은 현상변경이 어려우므로 그랬다는 것이다. 김원길 회장은 우리가 문화재를 관광자원화 하는 것은 더 나은 보전을 위한 방법이지 문화재를 훼손하면서 영리추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담당 공무원들이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미 고택문화보전의 모범사례로 꼽힐 지례예술촌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김회장은 예술촌의 예를 들며 한국문화전통을 널리 알리는데 힘써야 한다고 한다. 1983년 무렵 예술촌이라는 형태의 기본 계획을 가지고 일을 해 오셨던 회장님은 그 동안의 노력으로 이제는 영국의 학생들까지 다녀가고, 이미 영국 4개 학교에서 다녀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자랑하신다.

앞으로는

미래 고택문화보전회는 한국 전통문화선양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죽어 있는 문화재가 아니라 우리들이 옆에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문화재로 가꾸는 일이 진정 문화재를 보호하고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길이 될 것이다. 고택문화보전회는 바로 이런 일을 하는 단체이며 앞으로도 많은 회원을 확보하여 사업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http://www.jirye.com에서도 보면 주인이 고택을 개방하고 손님이 이것을 이용하는 것은 우리의 고택에 남아있는 전통생활문화를 체험하게 하고 계승하는 것은 물론 문화재인 고건물을 보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적고 있다. 더구나 우리 국민의 자산이자 더 나아가서는 세계인의 자산인 역사문화를 늘 접하고 필요하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그러나 이런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행정 및 재정적인 지원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가옥주들이나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한다. 앞으로 좀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재정경제부가 지정하는 기부금 단체로 인정받아서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고택들을 사업에 참여시키고, 우리 문화 선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회장님을 보니 그 다부진 체구만큼이나 다짐이 확실해 보인다.<안동>

★고택문화보전회에 관한 자세한 사실들은 위에 적어 놓은 지례닷컴을 찾아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