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에 거는 기대(글/조영일)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앉아 신문을 보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창원의 임형이다.
"하늘 참 맑지요?"
"그런데요."
"아니, 가만히 쳐다보니 가슴이 확 뚫여서요."
안그래도 커다란 창 가득히 하늘을 배경으로 솟아있는 미루나무에서 이파리들이 내는 소리가 방안까지 들려 와 가끔씩 눈을 주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저런 안부얘기 끝에 임형은 높아가는 가을도 즐길 겸, 안동에 축제도 열린다는데 한번 다니러 오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누구 전화인가?"
뜰에 계시던 어머니가 벨 소리를 듣고 들어오시며 물으셨다.
문득 지난해 축제기간에 하루를 다녀오셔서는 다 똑 같다며 시들해 하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축제라 그게 참 많지.
더구나 지방화 시대가 시작된 후 이제는 읍·면 단위까지 축제가 열리다 보니 그게 그것 같고 또 경제성과 맞물려 본 뜻과는 관계없이 비슷한 양상을 띄면서 자칫 낭비만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으니 말이다.
연중 무휴로 이어지는 전국의 축제 가운데 우리 안동에서도 퇴계탄신50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유교문화축제와 국제탈춤페스티벌이 열리게 된다.
유교이념과 하회탈춤이라는 중요 문화재를 잘 보존해 오고 있는 자부심으로 띄우는 행사에 토를 다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의 지적처럼 너무나 흔한 축제탓으로 걱정스런 마음이기도 하다.
거리 곳곳에 현수막이 걸리고 사람들 내왕이 잦은 곳에는 커다란 탑들이 세워져 있으나 정작 지나는 사람들은 무심한 것 같다. 더구나 벌써 31회를 치룬 안동민속축제나 국가적 행사가 된 국제탈춤페스티벌을 아는 지역주민들이라 그런지 유교문화축제에도 별반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지가 않다. 축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우선적으로 지역민들이 앞장서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홍보를 널리하여 관광객이 아무리 많이 모여도 지역의 주민들이 동참하지 않고서는 축제의 흥이 고이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소홀함이 있지 않았나 하는 염려이다.
축제란 우선 따질 것 없이 즐거움이 있어야 하고, 관광을 통한 수익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행사 위주로 짜여져도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그런점에서 안동이 지향하는 유교문화축제나 탈춤축제는 향민 모두가 참여하여 안동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한마당 잔치를 이끌어내는데 성패를 걸고 노력했으면 싶다.
또 인간의 내면에 있는 선을 추구하면서 경 사상을 강조한 퇴계의 유학정신이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 피폐해가는 우리의 정신문화를 곧추 세우는데 일익이 되었으면 한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빠뜨릴 수는 없는 말이다.
물론 안동에는 영국여왕이 다녀간 하회와 봉정사가 있고, 도산서원과 오래된 고택들이 있다. 또 유학이나 탈춤의 전문성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이보다는 보통의 안동사람들이 지니고 살아가는 삶의 모습과 숨결을 통해 퇴계의 유학이념이나 탈춤이 전승되어 오고 있는 의미를 찾아야 하고, 마을 놀이가 시작되면 온 마을 사람들이 흠뻑 즐거움에 취하던 생생한 추억처럼축제의 마당에 가서도 대다수 사람들이 구경꾼이 되지 않는 방안을 앞에 둬야 하리라 본다.
축제는 거창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체온을 나누며 즐거움 속에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다.
여러 축제와 이제까지 안동에서 해온 지난 축제의 노하우를 잘 살리는 세심한 배려를 기대하며 축제 기간 안동인 모두가 한마음으로 티없이 맑은 가늘 하늘에 빠져들어 풍요를 누렸으면 한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