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잊지 않고 사는 법이 있었다(글/김원식(문경석탄박물관 학예사))
안동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명씩은 족히 전출을 가고, 전입을 올 것이다. 그네들이 오고가는 이유는 취업이나 혼인, 그리고 전근, 낙향 등 다양할 것이다. 내가 안동을 떠난 이유도 앞의 경우처럼 남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저 직장문제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안동에서는 할 수 없었기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떠난 것이다. 굳이 떠나면서도 그네들과 다른 이유가 있다면 언제라도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쯤 안동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안동에 대한 애착과 미련이 문경에 와 있으면서 향수병처럼 생기고 말았다. 향수병은 마냥 고향에 대한 집착인 줄로만 알았는데, 고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그리운 마음이 가슴 저리게 밀려올 줄은 몰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안동 그 자체보다 그 동안 안동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인 것 같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어 왔는데, 그 모든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만 빠져 나와야 한다는 것이 내심 두려웠는지 모른다. 만나면 헤어진다는 공식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공식처럼 헤어진 꼴이 되어버렸다.
이제 겨우 안동을 떠난 지 만 2년 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간간이 잊혀져 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여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안동을 떠나오면서 과연 나를 기억해 줄 이가 몇이나 있을까 라는 화두(話頭)는 아직까지도 내 머리 속에 맴돌고 있다.
나에게서조차도 그네들이 서서히 잊혀져 가는데, 하물며 남아있는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한 가지 욕심이라고 한다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듯이 내가 나온 자리가 아픈 이빨 빠진 것처럼 속시원한 자리가 아니라 그 빈공간으로 인해 조금은 허전함이 남는 자리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2년 전 안동에서 문경으로 떠나오면서 다짐한 일이 한가지 있었다. 안동은 대학교가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으며, 문화적 자원 또한 경북북부권 일대에서는 가장 많은 곳이다. 이런 모든 것이 조화된 가운데 문화단체 또한 활성화되어 잘 운영되고 있다. 이런 활성화의 이면에는 문화적 자원이나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지금까지 차근차근 쌓아 온 시민들의 고취된 의식과 참여층이 많다는 것이 가장 확실한 이유로 자리 잡았다.
문경은 분명 안동보다 문화적 자원은 부족한 곳이지만 안동과는 사뭇 다른 독특한 문화가 자리잡은 곳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길 문화로서 길에 얽힌 갖가지 사연이 문경지역 곳곳에 남아있다. 이 외에도 언어 등 안동과는 다른 부분이 많이 있지만 문경엔 안동보다 젊은 사람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1990년을 기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문경지역을 떠나기 시작했다. 광업소의 폐광때문이었다. 문경지역경제의 대부분을 광업에 의존하다보니, 이곳에 모여든 사람들도 더 이상의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고 외지로 가버린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문경은 광업을 제외하곤 기대를 걸 만한 대체 산업이 없었다.
다행이 작년부터 태조왕건 드라마 촬영장에 많은 관광객이 찾아들면서 관광산업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고취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문화에 대한 인식 또한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기회를 보면서 2년전 안동을 떠나 문경으로 올 때 문화단체에 대해서 생각했던 부분들이 좀 더 구체적인 구상으로 펼쳐졌다. 안동을 떠나면서도 안동을 잊지 않고, 안동에서 활동했던 부분을 연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문경이 안동보다 인적자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경의 문화를 사랑하고 지킬 수 있는 의욕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한 두 명씩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도 밝혔듯이 안동을 떠나면서 서운했던 것은 안동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과 하고 있던 일을 계속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 문경에도 문경의 문화를 사랑하고 가꾸자고 젊은 사람 몊이 모여서 단체를 결성했다.
이제는 이 기회를 안동과 문경사이를 잇는 끈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안동을 비록 떠났고, 안동의 사람들과도 비록 헤어졌지만, 안동에서 하던 일을 문경에서도 계속 이어서 해 나갈 생각이다. 이 모임을 계기로 다시 안동의 사람들과 가깝게 지낼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