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글/김재왕)(매우 바쁜 날, 오후)
간호사 : 다음 분!
의 사 : 어디가 불편하시죠?
할머니 : 처음이시더. 내가 딸이 둘 있니더. 하나는 서울가서 살고 하나는 영천 있니더. 글케 가까운데로 시집을 보낼라 켔는데 저그 좋다는 걸 우야니껴.
의 사 : (경청한다는 듯이) 녜!
할머니 : 둘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에미한테는 둘도 없니더. 잘 하니더. 저그도 시집 가 사는 기 자주 올 수가 있니껴.
의 사 : 그런데 어디가 불편하세요?
할머니 : 들어보소! 글케 야들이 며칠전에, (잠시 한숨 돌리고) 지애비 기고가 있었니더, 둘이 어불러서 뭐 동봉탕이라 카던가?
의 사 : 한약입니까?
할머니 : 어데?! 한약은! 자라하고 뭐하고 고았다카지.
의 사 : 용봉탕요?
할머니 : 몰라. 내사 들어도 모리겠다. 그카던가?
의 사 : (약간 신경질을 내며)
글쎄 아픈 데를 이야기해야지요!
할머니: 그 있어보소! 식미에 안 맞아 안묵을라다가 몸에 좋다고 해준 걸 우예 안묵니껴?
의 사: (History가 시작된다 싶어, 경청하며) 녜!
할머니: 그기 기름져서 그릉가비라. 내사 설사도 설사도 무신 놈의 설사가 그렇기 나는지. 한 이틀을 참 죽을 기운도 없데.
의 사 : (받아 적으며) 토하지는 않았습니까?
할머니 : 토하지는 않데!
의 사 : (열심히 받아 적으며) 열은요?
할머니 : 열도 없고. 들어보소! 옆집 아주마시가 뭐 설사 약이라 카더나? 묵어도 니 묵었나 말도 없능기라, 설사도. 설사 날때는 왜, 거 풋감 걸어둔 것 하고 솔개피(소나무가지) 있지, 그걸 탕을 해서 수시로 마시는 게 제일이두만. 그걸 마시고 차차로 나았어. 아이고 설사도 설사도….
의 사 : 그럼 지금 불편하신 건요?
할머니 : 지금이사 얼쭈 다 낳았제!
의 사 : (연필을 탁 놓으며)
그럼 오늘 병원엔 왜 오신 거죠?
할머니: (다시 차분해지며) 아들 하나 있던 기 죽고 지금 미느리하고 둘이 사니더. 자식 보내고 사는 내팔자나 서방 없앤 지팔자나. 아이고 가(그 아이) 일을 생각하마 내사 참 가슴이 못이 박히니더.
(눈물을 글썽거리며) 지나 내나 전생에 무신….
(결국 할머니는 한참 후에야 자기 아들의 아내의 아들이 이번에 왔다 갔는데 등에 조그만 혹같은 것이 하나 있더라. 그걸 어떻게 해야 되나를 묻고, 의사는 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으니 한번 데리고 오라하고 진료가 끝남.)
＊ ＊ 그래도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의 배운 대화보다는 훨씬 간결하고 알아듣기가 쉽습디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