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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무궁화 꽃은 피려는가?(글/조동진)

새 봄, 새 생명의 충만함을 느껴야 3월이지만 독도문제로 온 나라가 들끓었고 그 후 폭풍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93년 발간된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가상이 마치 현실로 다가오는 듯한 요즘이다.
멀쩡한 남의 땅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데 어느 누가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흥분을 넘어 분노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흥분과 분노보다는 냉철한 이성과 지혜로운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교적, 안보적 차원의 국가간의 문제는 감정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도 분쟁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무엇을 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곰곰이 성찰할 때다.

무사안일로 일관한 독도 정책
독도에 대한 일본의 침탈 야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일본은 기회 있을 때마다 독도에 대한 영유권 시비를 걸어왔으며 그때마다 우리 정부는 실효적 지배를 내세워 무대응이 상책이라는 식으로 미온적으로 대처해 왔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을 외부적으로 표출시켜 분쟁을 일으키는 작업과 병행하여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다케시마는 일본의 영토라는 사실을 정치적 측면은 물론 학문적 관점에서도 지속적으로 세계 관련기관과 학술단체 등에 인식시키고 로비작업을 해왔다.
그것이 바로 우리와 일본의 차이점이며 독도 분쟁에 대한 전략적 열세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 시네마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 역시 비슷한 맥락 속에서 진행돼 왔다.
시네마현은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지정하기 위한 조례제정을 이미 일년 전부터 조직적으로 진행해 왔지만 우리는 정부건 지방자치단체건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시네마현 의회 의원연맹은 지난해 3월 4일 다케시마의 날 제정으로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뒤 일주일 뒤인 3월 15일에 가결하는 등 조례안 제정을 위해 1년 넘게 치밀한 준비를 해 왔다.
그러나 경상북도는 지난해 12월 시네마현 지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조례제정 의지를 밝힐 때까지 이 같은 움직임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거나 알았더라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시사포커스시네마현 의회가 올 들어 조례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도 경상북도나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다가 2월부터 시네마현이 독도가 자기네 땅이고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다는 텔레비전 광고를 시작한 뒤에서야 항의서한을 보내는데 그쳤다.
이후 다케시마의 날 조례가 시네마현 총무위원회를 통과난 후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경상북도는 그때서야 자매결연 철회와 교류중단 등 대응책을 내놓는 부산을 떨었다.
이번 독도문제를 계기로 우리의 단호한 입장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본을 제대로 알고 우리도 내공의 힘을 다질 때이다.정부도 자치단체도 설마 설마하면서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조례가 통과되면서 국민 여론이 벌집 쑤셔 놓은 듯 들끓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강경한 태도로 돌변했고, 정부와 언론의 때늦은 호들갑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온 나라가 오로지 독도문제에 함몰돼 버렸다.
대일본 신 독트린이다, 일본과의 외교전쟁도 불사한다, 독도방문을 허용한다, 경찰청과 경북도지사가 독도를 방문한다, 독도지킴이를 구성한다 등등 온갖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급기야 마산시의회는 대마도의 날 조례를 제정하는데까지 이르렀다.
행정기관은 물론 학교, 시민단체, 기업체까지 너도 나도 규탄집회에 나섰고 결국 한 시민의 분신사태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순수한 민간교류에 이르기까지 한일간의 모든 관계가 금방이라도 단절될 것 같은 분위기다.
우리 민족 특유의 응집력인가? 아니면 냄비근성에 기인한 집단 히스테리인가?
일이 이쯤되자 일본은 한국내 정치권이 반일감정을 이용한다는 발언까지 하게 된다.
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내 극우단체와 정치인의 행태에서 과거사에 철저한 반성과 청산을 찾아 볼 수 없고 이러한 맥락에서 발생한 독도문제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정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아무리 한 발 물러나서 생각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일회성에 집단적인 광기가 아니고 우리 민족이 단연히 대응해야할 행동일지도 모른다.
안타까운 것인 평소에는 눈치만 보고 잠잠하다가 특정사안이 민감한 문제로 이슈화되면 모든 것을 올인해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은 우리 자세다.

독도, 이젠 냉정과 이성으로 대체할 때
이젠 한 발짝 물러나서 우리가 진정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다.
실효적 지배를 하기 때문에 우리 영토라면 반대로 일본이 군대를 동원해 독도를 점령하면 바로 일본의 영토가 되어 버린다는 논리가 된다.
역사적, 국제법상 왜 우리 영토인지 체계적인 학술연구와 함께 이를 세계 각국에 알리고 정당을 획득하는 노력에 나서 확실하게 인정받는 일이 시급하다.
몰론 외교, 안보적인 측면에서 힘의 논리와 자국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국제관계에 있어 쉽게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러한 지속적인 노력이 뒤따를 때 분쟁의 요인은 줄어든다.
실효적인 지배만 믿고 대외적인 인정을 획득하는 노력에 소홀히 한다면 독도문제는 항상 분쟁의 불씨로 남아 있을 것이며 한일 관계에 서로가 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이번 독도분쟁이 한일 관계사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지, 어떤 후폭풍이 불어 닥칠지 불확실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일 관계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라는 것이다.
상대의 전략 전술에 냉정하고 지혜로운 이성으로 대응하면서 저쪽에서 먼저 몸이 달아오르고 난감하게끔 차분히 우리의 일을 준비해 나가야 할 때이다.
일순간의 흥분과 대응에 그치지 말고 평소에 전 국민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끔 정부나 민간학술단체가 공동으로 노력하는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일본은 우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반면 우리는 일본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을 뿐 그들의 진면목을 모르는 듯하다.
이번 독도문제를 계기로 우리의 단호한 입장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본을 제대로 알고 우리도 내공의 힘을 다질 때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