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리(송광납판화, Corylopsis coreana)(글/김재창)
봄에 많은 사람들이 야생화를 찾는다. 아름다운 꽃과 파릇한 새싹은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풀어주고 환하게 미소 짓게 한다. 야생화를 키우며…
히어리꽃봄에 꽃을 피우는 야생화로 노루귀, 앵초, 복수초, 할미꽃, 금낭화 등 초본류와 아름다운 봄꽃을 피우는 개나리, 매화, 산수유, 생강나무, 벚꽃, 진달래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무들도 많다. 그러나 이번엔 좀 더 특별한 우리 꽃나무를 소개하고자 한다. 3월경 개나리와 비슷한 시기에 포도송이처럼 달린 노란 꽃을 피우는 ‘히어리’라고 하는 나무가 있다. 멀리서 노란색만 보면 개나리라고 생각하여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나무나 꽃모양이 전혀 달라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이처럼 이른 봄 특별한 꽃모양을 한 아주 아름다운 노란 꽃을 피우는 순수토종 우리 식물인데도 불구하고 히어리를 봤거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히어리란 세련된 이름과 너무나 화사하게 아름다운 꽃송이를 보면 마치 어느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관상수려니 하는 생각이 든다.
히어리는 조록나무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으로 지난 1910년 순천 조계산 지역에서 첫 발견된 후 한때 ‘송광납판화’ 라고 이름 불렸다. 환경부 보호종 34호로 지정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특산종으로 자생지는 전라남도 순천, 지리산, 백운산, 경기도, 남해도 등지의 햇볕이 잘 드는 산허리 계곡주변의 약간 습기가 있은 곳에 진달래, 철쭉 등과 함께 섞여서 자라며 수고(樹高)는 보통 2～3m정도를 형성하고 큰 것은 높이 5m까지도 자란다.
잎의 모양은 개암나무를 닮아서 넓고 둥글며 가을의 황금색 단풍도 꽃 못지않게 아름답게 물든다. 이른 봄 특이한 모양의 노란색 꽃, 여름의 크고 시원한 푸르른 잎,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색이 좋아서 정원용으로 적격이다. 추위에 강하고 밑에서 맹아가 많이 올라와 울타리용으로도 가능하다. 옮겨심기 적응성이 비교적 좋고 배수가 잘되는 비옥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종자는 검은색으로 매우 딱딱하므로 번식을 위해서는 노천매장 했다가 파종하면 발아가 잘되며 꺾꽂이로도 번식이 가능하나 발근이 좋은 편은 아니다.
앞으로 대량증식을 통해서 농가소득 증대 작목으로도 관심을 가질만하며 조경수 및 분재, 정원 관상수 등 개발가치가 충분한 나무라 생각된다. 특히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전세계가 공용으로 사용하는 학명에서 종소명‘coreana’는 우리나라임을 분명히 말해주므로 더욱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 좋은 나무다.
이처럼 훌륭하고 든든한 우리나무와 청초한 야생초를 함께 심어서 키워보면 좀 더 화사하고 아름다운 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