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순 민속인형전<소곤거림이 있는 외출>
흙으로 민속인형을 만들어 우리의 옛기억들을 불러내놓은 자리가 있었다. 9월 17일부터 21일까지 안동시민종합회관 전시실에서 있은 강인순 도예전. 3년전부터 안동과학대학 사회교육원에서 생활도예를 배운 것이 인연이 되어 뒤늦게 소질을 개발한 강인순씨는 주부로서 뭔가 이루어놓고 또 이루어갈 세계가 있다는 것에 대한 행복감에 만족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전시회장에서 만난 그는 그랬다.
아직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그의 작품에는 프로의 작품에서 느낄수 없는 편안함과 쏠쏠한 재미가 있다. 안동대 조각과에 이상무교수는 그의 작품을 이렇게 평한다.
"재료나 기법면에서 점토를 구워서 테라코타 기법으로 제작한 면이 상당히 특이하고, 표정의 관리면이나, 주변의 오브제들도 흙으로 표현해서 동질의 느낌을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작품들을 보고 깜짝 놀랐고 칭찬할 만하다."
그가 처음 도예와 맺은 인연도 아주 소박하다.
"처음에는 나의 노년을 준비하겠다는 생각이었지요. 나중에 시골로 들어가서 흙집짓고, 흙가마 짓고 흙만지는 거 취미삼아 살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어느날 이 흙으로 우연찮게 인형을 만들면서 주위에서 칭찬도 하고 재미도 있어서 만들다보니까 많아졌어요."
그가 흙으로 빚어내는 인형들은 서로 이야기를 한다. 개인전 부제를 이야기가 있는 민속인형전이라고 부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참 준비에 바쁜 어머니를 졸라대는 아이, 동수나무에 새끼줄을 드리고 그네를 타는 아이들, 옛날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이 다녔을 학교, 두레박으로 물을 길러 꼬질꼬질해진 손자의 등짝에 등멱을 해주는 할머니, 아무리 추운 날에도 썰매를 타고 놀던 아이들의 얼굴은 즐겁기만 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이 살았던 모습이다. 엄마를 따라나온 유치원 아이들은 신기한 듯 바라보고, 엄마들이나 나이드신 어르신들은 기억속에도 아련해진 이런 추억들을 떠올리며 자신이 주인공인양 옳거니 하며 공감을 표시한다.
"흙이라는 것 자체가 순수하고 푸근하잖아요. 만지는 순간순간이 행복하지요. 그래서 보시는 분들도 재미있어 하시고 공감도 하시는 것 같아요."
우리의 기억 밑바닥에 있는 고향, 그리고 그곳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의 삶의 모습 하나하나를 세심한 여성의 손길로 되살려 놓은 이번 강인순 전시회는 기존에 닥종이나 나염한 천을 이용해 민속인형을 만든 작가들과 또 다르게 흙을 재료로 했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불러일으켰다. 앞으로는 잔치집 풍경이나 놋다리밟기, 차전놀이같은 안동의 전통적인 놀이를 재현한다니 다음 대작(?)도 기대해 봄직하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