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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허와 실(글/조동진)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분권과 분산을 통한 국가균형발전과 혁신을 추진해왔으며 이는 참여 정부의 화두이자 국정의 새틀 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시사포커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시대적 요청으로 인식한 참여정부는 지난 2년간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지방분권특별법”,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을 제정해 추진해오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은 지역혁신역량 강화와 지역전략사업 육성 그리고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공공기관 지방이전 발표가 이달 중순으로 예정되어 있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물론 지역의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마다 제 목소리를 내면서 중심을 잡지 못한채 야단법석을 연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는 추진과정과 숱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허와 실을 살펴 보고 바람직한 추진방향과 중앙과 지방이 공생하는 방안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의의와 추진과정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정국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이 전 인구의 47%, 공기업 본사의 85%, 100기업의 90%이상을 차지할만큼 공룡화되고 이같은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속에서 출발하고 있다.
하부적으로는 지역마다 전략사업을 육성하고 그 토대위에서 중추관리기능을 담단할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 산업과 기획, 관리기능을 유기적으로 접목시켜 중앙과 지방을 균형있게 발전시키자는 것이 현 정부의 목표이며 그 세부적인 추진과정의 하나가 공공기관 지방이전인 것이다
중앙과 지방이 함께 공생하고 발전하자는데는 아무런 이의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견해를 달리하는 주장과 목소리도 있었지만 국가발전의 대의와 명분에 따라 대통령 산하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로드맵을 발표하고 추진에 박차를 가해왔다.
정부는 수도권과 행정중심도시가 유치되는 대전을 제외한 모든 시도를 대상으로 업무의 효율성과 균형성, 지역 낙후성을 기준으로 공평하게 공공기관을 이전하고 혁신도시를 한곳으로 배치한다는 계획에 따라 이전작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이 위헌판정을 받은 것처럼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공공기관 배분과정의 지역간 과열경쟁, 수도권 공공기관가운데 177개의 공공기관이 이전을 확정했고 최대의 유치경쟁기관으로 꼽혔던 한전을 비롯한 나머지 공공기관 이전방식에 대해 결정한 뒤 6월 중순 이전 기관을 최종 발표한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의 과열경쟁과 정부의 눈치보기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방침에 따라 자치단체는 지역마다 공공기관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가 하면 일부 지역은 광역권으로 묶어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대형 공공기관 유치에 나서는 등 지역정치권과 자치단체, 언론, 시민단체까지 모두가 공공기관 이전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규모가 큰 공공기관에 대한 자치단체의 유치전이 워낙 치열하고 특정 기관의 배치방안이 드러날 경우의 폭발력과 후폭풍 때문에 정치권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정치권과 자치단체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최종적으로 한전 이전지역은 “한전 + 2개 기관배치”를, 나머지 지역은 10～15개 정도의 공공기관을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하게 됐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경상북도를 비롯한 일부 자치단체는 한전을 포기하고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도로공사 등의 유치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대형기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 이전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자 이번에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자치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에 대한 무마책으로 수도권 규제완화책을 들고 나오면서 정부의 균형발전정책과 공공기관 이전의 대의명분을 스스로 상실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지역의 입장과 유치 가능성
현재까지 추진되는 과정을 보면 공공기관 배분과정에서 대구·경북지역은 불리하게 작용되고 있는 실정으로 시도별 유치희망기관과 공공기관의 이번희망지역을 보면 대구·경북으로 이전하려는 공공기관은 1순위는 커녕 2순위까지 어느 한군데도 없다.
주택공사와 광업진흥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충남을, 토지공사와 도로공사는 충북, 관광공사는 충청권, 가스공사는 인천, 농업기반공사는 전북을 1순위로 꼽고 있는 등 희망지역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한전을 제외한 대규모 10개의 공공기관 가운데 대구·경북으로 1순위나 2순위 이전을 희망하는 기관은 어느 한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우 한국토지공사와 도로공사만이 3, 4순위로 경북을 꼽았고 한국관광공사가 4순위로 대구로 이전을 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로 경쟁을 벌려 손해를 보지 않겠다며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공동으로 유치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추진하는 자세를 보였지만 결국 김치국부터 마시는 격이 되어 버렸고 여기에다 지역의 정치권은 단 한차례의 대책회의도 갖지 않고 있어 공공기관 유치는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형편이다.
더구나 당초 경상북도는 경북지역은 면적이 넓고 지역이 낙후됐다는 주장을 내세워 혁신도시 한곳을 북부지역에 추가로 배정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사실상 물 건너 가버린 상태이다.
간간히 언론을 통해 어느 기관이 어디에 배정됐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공공기관이 어느 지역으로 배치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치권의 합의도출을 희망하고 있지만 야당은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이전계획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이 계속 반대하면 여당과 합의한 배치계획을 발표한다는 방침아래 시·도별 발전정도, 즉 낙후성과 지역전략사업과 공공기관의 기능적 연계성, 즉 업무효율성을 고려해 배치한다는 전략이다.
또 시·도 내 입지는 새로 건설될 혁신도시 내 이전을 기본으로 하고 지역의 특성과 이전기관과의 특수성이 있는 경우에만 개별 이전을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경북 북부권, 공공기관 이전에서 무엇을 얻는가?
공공기관이 이전되면 금방이라도 지역에 활력이 넘치고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들 수 있지만 과연 공공기관 이전이 경북 북부권에는 무엇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정부는 이전 대상 공공기관 가운데 직원 수와 지방세 납부실적 등을 기준으로 상위 30개 대형기관은 지역별로 균등하게 배분할 계획으로 역시 한전과 주택공사, 토지공사, 도로공사, 한국 수력원자력, 석유공사, 농업기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이 대형으로 분류된다.
본사 인원으로는 한전이 천 8백여명이고 주공이 천 560여명 등 평균 7～8백명 수준으로 177개 기관 전체를 합하면 3만 2천명으로 가족까지 포함하면 10만명 수준이다.
지방세 기준으로는 한전이 연간 185억원으로 가장 많고 토지공사가 171억원, 주택공사가 87억원, 도로공사가 80억원 등으로 전체 914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예산기준으로는 한전이 29조 5천억원, 건강보험공단이 18조원, 주택공사가 10조 2천억원으로 조 단위로 예산을 쓰는 기관 수가 22개에 이르고 있다.
정부방침은 공공기관이전과 혁신도시 지정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혁신도시로 지정되는 곳에 공공기관이 집중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이 이전되고 혁신도시로 지정되면 어느 정도 지역발전에 보탬이 되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의 유치과정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북부지역의 혁신도시 배정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이다.
광역자치단체로 이전기관이 배정된 뒤 지역의 특수성과 이전기관의 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는 개별이전을 허용한다지만 북부권에 얼마나 배정될지는 장담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으로 결국 지역의 한계를 절감하고 오히려 더 깊은 상실감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바람직한 방향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당위성과 명분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추진과정을 보면 우려스러운 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첫째, 정치권과 자치단체의 눈치 보기로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원칙이 흔들린다는 점이다.
이전기관이 확정돼서 순조롭게 추진된다고 해고 최소한 7년의 세월이 소요된다는 전문가의 지적에서 보듯이 정부의 지나친 눈치 보기로 추진이 난관에 부딪친다면 참여정부의 국정복표의 정당성이 상실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의 반대에 부딪치자 수도권의 규제완화 조치에 나서고 이런 저런 핑계를 내세워 일정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정부·여당의 자세는 국가균형발전의 의지보다는 결국 표를 의식하는 여느 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둘째, 정부는 지방이전의 원칙과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전 기준에는 업무효율성과 형평성, 지역의 낙후성 등 여러 가지 기준이 있지만 공공기관 이전의 당초 취지는 국가균형발전인 만큼 지역의 낙후성이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생적으로 발전능력이 있는 도시에 공공기관이 이전된다면 이전의 당위성은 상실되고 진정 낙후되고 자생능력이 부족한 지역에 배정해야만 국가균형발전에 한걸음 다가서는 것이다.
시·도별 낙후성을 평가한 결과 경북이 최하위권으로 분류되고 경북내에서도 북부권이 낙후된 점을 정부 스스로가 인정했다면 이제 그 기준은 지켜져야 한다.
셋째, 시·도내 입지 역시 낙후된 지역에 대한 배려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혁신도시에 모든 이전 공공기관을 배치한다면 나머지 지역은 오히려 개발격차는 더 벌어지고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으로 삶의 의욕까지 저하시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방분권은 출범초기부터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추진되면서 그 정당성과 로드맵은 어느 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득권 세력의 보이지 않는 저항 속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분권정책의 하나로 추진되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역시 이간은 반대와 논란 속에 강력한 추진동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결국 정치적 압력에 좌우되고 정치적 계산에 따라 추진됐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며 표를 의식한 국민기만 정책으로 끝날 수 있다.

공공기관을 이전한다고 해서 금방 국토의 균형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더불어 상생하는 작은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원칙과 명분에 따른 일관성있는 정책을 기대해본다.
동시에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대학과 기업의 이전유도, 지방의 교육문제, 지방산업의 육성 등 전체적인 틀 속에서 분권정책을 추진해야만 진정한 균형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지역은 모든 구성원들도 공공기관이전을 비롯한 지방분권정책의 허와 실을 곰곰이 따져보고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