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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계 통합의 대명사, 김동삼(金東三)(글/김희곤)

협동학교(協同學校)를 세워 독립운동 시작하다
김동삼은 1878년 6월 23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천전리(내앞마을)에서 김계락(金繼洛)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본명은 긍식(肯植)이고, 종식(宗植)이라는 이름도 사용되고, 호는 일송(一松)이다.
김동삼은 안동의병의 최고지도자였던 김흥락(金興洛)을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했다. 그가 신교육에 영향을 받기 시작한 시기는 20대 중반에 든 1905년 전후라고 추정된다. 그 결과 만 29세가 되던 1907년에 협동학교 설립에 참가하고, 이로부터 독립운동에 뛰어 들었다. 1900년대에 들어 서울의 변화를 눈여겨보다가, 유인식(柳寅植)이 안동에 혁신의 바람을 끌어오자, 그도 거기에 적극 동참하고 나선 것이다. 전통 질서가 강하게 자리 잡은 안동에 혁신의 물길을 끌어들이는 작업은 다른 지역에 비해 힘들었다. 서울에서는 그 보다 10년 전에 이미 신식학교가 들어섰지만, 안동을 비롯한 영남지역에서는 성리학적 질서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럴 즈음 상경하여 새로운 문물을 접한 유인식이 1904년에 계몽운동을 시작하다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1907년 3월에 다시 시도하여 달성한 것이 협동학교 설립이었다. 여기에 유인식을 비롯하여 김후병(金厚秉)ㆍ하중환(河中煥)이 앞장섰고, 처음에 내앞마을 의성김씨 종손 김병식(金秉植)이 교장을, 그리고 김동삼이 교사를 거쳐 교감을 맡았다. 이것이 그가 벌인 독립운동의 출발점이었다.
김동삼은 비밀결사인 신민회와 대동청년단(大東靑年團)에 가입하여 활동하였다. 신민회와 동지적 결속관계를 가지며 협동학교를 운영하는 한편, 서상일과 안희제 등을 중심으로 영남지역에서 조직된 대동청년단에 가입하여 경북과 경남 전체 계몽운동가를 묶어 나갔다. 이 사실은 당시 그가 서울과 대구, 그리고 안동을 잇는 큰 틀에서 활약하였고, 계몽운동 노선 가운데서도 진취적이고 강성을 지닌 비밀결사체에 가담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겉으로는 협동학교라는 공개된 공간에서 민족문제를 해결해 나갈 새로운 지성을 키워내고, 속으로는 독립군 양성으로 방향을 가늠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주 독립군기지 건설에 나서다
1910년 8월에 나라가 망하자, 김동삼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더 이상 국내에서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주로 망명하여 독립군 기지를 건설하고, 독립군을 키운 뒤에 국내진공을 감행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김동삼은 같은 마을 출신이자 족숙(族叔)인 김대락(金大洛)에게 논의를 구하였다. 본래 김대락은 협동학교에 대해 찬성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손아래 처남인 이상룡(李相龍)이 의병항쟁에 전심하다가 대한협회 안동지회를 출범시키자, 그도 계몽운동으로 전환하였다. 무장항쟁 노선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계몽운동에 접목시켜 나간 것이다. 김동삼과 김대락, 그리고 이상룡은 족질 관계나 사돈 관계를 넘어 동지가 된 것이다. 그래서 만주 망명 계획이 수립되고, 결국 1910년 12월말에서 이듬해 1월 사이에 대거 안동을 출발한 것이다. 안동에서 추풍령까지 걸어가고, 거기에서 기차를 이용하였다. 신의주에서는 걸어서 압록강을 건너고, 만주에서는 수레로 이동하는 멀고 험한 망명길이었다. 그런 길을 김동삼은 가문을 이끌고 갔던 것이다.
이들의 망명은 대단위로 이루어졌다. 내앞마을 의성김씨 문중과 역시 안동에 자리 잡은 이상룡의 고성 이씨 문중에서 각각 150명 정도가 만주로 향했다. 또 이들과 혼반관계를 가진 영덕의 무안 박씨, 울진의 평해 황씨, 안동의 흥해 배씨, 그리고 영양 주실마을의 한양 조씨 문중 등이 대규모로 참가하였다. 한 가문이 아니라, 학연과 혼반으로 얽힌 거대한 혈연집단이 이동한 것이다.
김동삼은 1911년 1월에 압록강을 건너 남만주 유하현 삼원포에 도착했다. 그는 우선 신흥학교를 설립하고 경학사(耕學社) 결성에 참가하였다. 초대 사장 이상룡을 도와 독립운동기지 건설에 힘을 쏟았던 것이다. 독립군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동포들을 이주시켜야 하는데, 그러자면 우선 경작지가 필요했고, 농사가 펼쳐져야 했다. 그 사업을 주도해 나갈 조직이 바로 경학사였고, 거기에서 인력을 양성한 기관이 신흥강습소와 그를 이은 신흥학교ㆍ신흥무관학교였다. 신흥강습소나 그를 이은 신흥학교가 국내 안동에서 경영하던 협동학교의 연장선상에 있던 것으로 짐작되기도 한다. 그러던 1913년 3월부터 이름을 중국 동삼성(東三省)의 호칭을 따서 동삼(東三), 동생은 동만(東滿, 1920년 순국)으로 이름 지었다.
김동삼은 1914년에 백서농장(白西農庄)을 건립하고, 그 장주(庄主)가 되었다. 신흥학교 1～4회 졸업생들과 그 분교의 노동야학 졸업생 등 385명을 인솔하고, 통화현(通化縣) 팔리초(八里哨) 깊은 산 속에 들어가 군대를 창설한 것이다. 백두산 서쪽 깊은 산 속에 자리 잡았다고 ‘백서’라는 이름을 붙이고, 군대조직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농장’이라고 위장했지만, 사실상 이것은 군사병영이었다. 그러니 백서농장은 망명 이후 독립군 기지를 건설하고 군대를 조직하는 데 힘을 쏟은 첫 결실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당시 서간도에는 세 가지 조직이 결성되어 독립운동 전선이 새롭게 정비되었다. 하나는 종래의 부민단을 한족회(韓族會)로, 백서농장 군영을 서로군정서로, 신흥중학교를 신흥무관학교로 각각 개편한 것이다. 한족회는 1919년 4월 삼원포에 모여 결성되고, 백서농장을 철수시켜 서로군정서로 발전시켰다. 이에 따라 김동삼은 백서농장을 해체하고 서로군정서 참모장에 취임하였다. 백서농장 장주를 거치면서 김동삼은 독립운동계의 거성으로 자리 잡아 간 것이다.
김동삼은 서로군정서 참모장으로서 1920년에 사령관 이청천과 함께 300여 명의 서로군정서 독립군을 지휘하여 북간도로 이동시키기도 하고, 북로군정서를 방문하여 작전을 논의하기도 했다. 청산리전투 이후 서로군정서군이 북로군정서군 등 10여 개 독립군과 연합하여 대한독립군단을 결성하고 러시아로 넘어갈 때, 김동삼은 서간도에 남아 독립전선을 재정비하였다.
청산리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었지만, 일본군의 보복공세로 말미암아 서간도나 북간도지역 한인사회는 모두 참변을 겪었다. 1920년에 벌어진 경신참변(庚申慘變)은 김동삼 가족에게도 그대로 밀어 닥쳤다. 일본군이 삼원포 삼광학교(三光學校) 교장으로 활약하던 동생 김동만을 살해한 것이다. 그에 앞서 청산리대첩 와중에 같은 마을 출신이자 집안 조카인 김성로(金成魯, 金圭植의 아들)가 전사하는 비극도 맞았다. 김동삼은 김형식과 논의하여 집안 인사들을 급히 북만주 영안현 주가둔(周家屯)으로 옮겼다. 이리하여 내앞마을 사람들이 서간도 시절을 마무리하고 북만주 시대를 열게 되었다.
김동삼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는 경신참변으로 붕괴된 한인동포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과 작게 분산된 독립군 조직을 통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1922년 6월에 한인사회와 독립군 통합을 도모했으니, 그 결실이 바로 통의부(統義府)였고, 그는 통의부 총장에 추대되었다. 청산리대첩 이후에 경신참변과 자유시사건을 거친 뒤, 만주지역 군사세력을 통합하려던 그의 노력이 진척을 보였고, 그 선두에 김동삼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독립운동계 통합을 끌어낸 최고 지도자
1921년 이후로 여러 차례 준비되던 국민대표회의가 1923년 1월부터 6월 사이에 중국본토 상해(上海)에서 열렸다. 이 회의는 한국독립운동사에서 가장 많은 대표가 집결하고,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또 민주적으로 진행된 독립운동자 대표 총회였다. 국내와 국외지역 전체에서 지역대표와 단체대표 400명 정도가 상해에 집결했고, 그 가운데 의결권을 가진 대표가 130명을 넘을 만큼 규모가 컸다. 1921년 이후 침체 현상을 보이던 독립운동에 활력을 불어넣고 임시정부 쇄신 방안을 찾던 이 회의에서 김동삼은 서로군정서와 남만주 대표로서 참석하였다. 그리고서는 그 의장에 선출되었다. 안창호(安昌浩)와 윤해(尹海)가 부의장이었고, 김동삼이 의장에 선출되었다는 사실은 독립운동계에서 가지는 그의 위상을 확인시켜 주고도 남는다.
만주로 돌아온 1923년 가을, 그에게 주어진 일은 만주지역 독립운동계를 통합하는 작업이었다. 독립군 단체들이 지리멸렬하여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던 처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경군사통일회의나 국민대표회의가 뚜렷한 결실을 갖고 오지 못하자, 이상룡과 양기탁(梁起鐸)이 다시 군사력 통합을 추진하고 있었다. 김동삼은 이들의 역할을 인수하여 1924년 7월 10일과 10월 18일에 10개 단체대표를 모아 전만통일회의주비회(全滿統一會議籌備會)를 열었다. 거기에서 김동삼은 의장에 선임되어, 동년 11월 24일 정의부(正義府)를 탄생시키는 데 주역을 맡고, 중앙행정위원 겸 외무위원장으로 선임되었다.
1927년 이후 김동삼은 국내외에 걸쳐 전개된 유일당운동(唯一黨運動)에 힘을 기울였다. 이것은 독립군 단체 위에 하나의 지도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고, 좌우세력을 통합하자는 운동이었다. 중국관내지역과 국내에서 좌우합작운동이 펼쳐지자, 그 동안 끊임없이 독립운동계의 통합과 통일을 추진하던 김동삼이 이에 앞장 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김동삼이 1927년 4월 길림 남쪽 영길현(永吉縣)에서 유일당촉성회의가 열리자, 김동삼은 정의부 중앙위원 자격으로 여기에 참석하였다. 이어서 김동삼은 1928년 5월 정의부를 대표하여 참의부ㆍ신민부 등과 삼부통합회의를 개최하였다. 이후에도 그의 활동은 독립운동계의 통합과 효율적인 투쟁방안 모색에 집중되었다. 그 이후로 혁신의회 의장(1928), 민족유일당재만책진회 중앙집행위원장(1929), 한국독립당 고문(1930) 등을 맡은 흐름을 추적해보면, 통합운동의 핵심에 그가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순 국
그는 1931년 일본군의 만주침공 직후에 일제 경찰에 의해 체포당했다. 사돈인 이원일(李源一), 경북 영양 출신인 남자현(南慈賢, 여성)과 항일 공작을 추진하기 위해 하얼빈에 잠입했다가 일경에 검거된 것이다. 하얼빈 주재 일본영사관 경찰에 체포당한 그는 모진 고문을 받으면 고생하다가 국내로 압송 당했다.
그는 평양지방법원에서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처음에 평양감옥에서 고생하다가 서울 서대문형무소로 옮겨진 그는 육순이 되던 1937년 4월 13일 그곳에서 순국하였다. 평소 그를 극진히 존경했던 한용운(韓龍雲)이 자신이 머물던 성북동 심우장(尋牛莊)에서 장례를 치른 뒤, 김동삼의 유언대로 화장하여 유해를 한강에 뿌렸다.

“나라 없는 몸 무덤은 있어 무엇하느냐. 내 죽거던 시신을 불살라 강물에 띄워라. 혼이라도 바다를 떠돌면서 왜적이 망하고 조국이 광복되는 날을 지켜보리라.”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1907년 만 29세에 협동학교 설립으로 민족운동에 나선 그는 30년 동안 오직 민족의 독립에만 매달렸다. 그는 협동학교를 세워 혁신의 물꼬를 열어 갔고, 만주에 독립군 기지를 건설한 뒤에 백서농장을 거치면서 최고 지도자 반열에 든 뒤에 국민대표회의 의장을 맡아 이를 확인시켜 주었다. 나이 40대를 넘어선 1920년대에는 만주지역 독립운동계에서 그는 통합의 화신(化身)이었다.
독립군 단체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수습회의에 의장을 독점하다시피 선출된 사람이 바로 김동삼이었다. 일찍이 만주에서 활약했던 이강훈은 만주 한인사회에서 이념이나 지역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비난받지 않은 지도자가 드문데, 김동삼은 어느 쪽으로부터도 비난받지 않는 큰 인물이었다고 증언하였다. 김동삼이 지닌 지도자적 풍모를 전해주는 말이다. 정부는 그의 공을 기려 1962년에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하고, 광복 60주년을 기념하여 2005년 6월에 그를 ‘이 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