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못 고치는 병(글/김승열, 일러스트/손수호).jpg)
의사도 못 고치는 병이라는 제목을 보고 많은 분들의 머리에 떠오르는 질병이 암을 비롯한 각종 난치병이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아니다.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의사도 못 고치는 병은, 나을 수 있어도 못 고치는 병이다. 이러한 병에는 어떤 병이 있을까?
낫고 싶어하지 않는 병
첫 번째가 환자가 낫고 싶어하지 않는 병이다. 환자가 낫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병은 의사도 못 고친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환자의 의지는 겉으로 드러난 의사와 환자의 협조 문제가 아니다. 환자 스스로 낫고 싶어하지 않는 병이 있다. 술 중독, 마약 중독, 도박 중독 등이 대표적인 낫고 싶어하지 않는 병이다.
술 중독을 의사들은 만성 자살이라고 한다. 즉 술 중독에 빠진 사람은 사실은 죽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기에 술을 끊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건강에 해롭다고 아무리 말하거나, 사회 생활의 문제로 아무리 술을 끊어야 한다고 설득을 해도, 술 중독 환자는 스스로를 파괴하고 싶은 깊은 마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술을 끊을 수 없다. 술 중독 환자들 대부분은 술을 끊으라고 권고하면 즉각 끊겠다고 한다. 하지만 의학교과서에는 이렇게 즉시 끊겠다고 하는 말은 그야말로 말뿐이고, 진심으로 끊겠다는 마음은 아니라고 한다. 술 중독 환자가 병원을 찾는 이유는 술로 망가진 몸을 어느 정도 다시 회복한 후 다시 술을 마시기 위하여서라고 할 만큼 술 중독은 난치이다. 마약 중독, 도박 중독에도 물론 이러한 면이 있다. 그러므로 본질적으로 낫고자 하는 의지가 먼저 생기지 않는 한, 이러한 질병은 의사도 고칠 수 없는 병이다. 환자가 낫고자 하지 않는데, 어떻게 치료가 가능하겠는가?
자기 병을 관리 못하는 병
또 하나의 의사도 못 고치는 병들도 이와 비슷하다. 치료법이나 관리방법은 있어도, 환자가 낫고 싶어하여도, 의지가 이성을 통제할 수 없어 낫지 않는 병들이다. 자기의 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병이다.
실제의 경험이다. 뇌성마비와 정신지체와 당뇨병이 같이 있는 10세 가량의 환자였다. 정신능력이 2～3살에 지나지 않아, 이 환자는 당뇨병이 있으므로 먹고 싶은 욕구를 억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인 고혈당증으로 응급실을 1주에도 몇 번씩 오가다가 결국은 사망하였다. 치매나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 환자분들도 이와 비슷하다.
핑계로서의 병
다음 의사가 못 고치는 병은 핑계로서의 질병이 있다. 이러한 병은 술 중독, 마약 중독, 도박 중독의 또 다른 원인과도 비슷하다. 게임 중독에 빠져 사회 생활과 가정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만약 이 사람이 성인 남성으로 혹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실직자 일 때,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는 상황이 있다. 즉 원인과 결과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예컨데 게임 중독에 빠져 혹은 술 중독으로 실직자가 되었는지, 아니면 실직자가 되거나 혹은 생활 능력이 없어 게임중독에 빠졌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병을 핑계로 자기의 무능력을 감추려고 한다. 인간에게는 자존심은 무척 중요하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무능력을 감추기 위해 게임 중독, 술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즉 ‘나는 게임이나 술 때문에 돈을 못 버는 것이지, 능력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 라고 하고 싶은 마음으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병을 핑계로 삼는 경우이다. 이러한 병도 무척 많다. 학생이나 직장인의 월요병, 어린 학생들의 학교공포증도 이와 비슷한 병이거니와, 명절만 앞두면 병이 생기는 며느리들도 무척 많다. 이러한 병들이 의사도 못 고치는 핑계로서의 병이다.
인간과 사회의 한계로 인한 병
다음은 인간의 한계, 사회의 한계가 있는 질병이다. 즉 인력과 자원의 제한으로 예방이 가능하거나 고칠 수 있는 질병을 못 고치는 경우이다.
위암은 조기 발견하면 100％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40대 이상은 발생률이 높아 내시경이나 위암 검사가 사회 전체로서는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조기 발견법이지만, 30대나 20대까지 모두 내시경을 하거나 위암 검사를 하면 사회적 비용이 너무 비싸기에 의사들은 증상이 없다면 40대 이상만 매년 검사를 권하고 있다.
의사의 고민, 최악의 난치병
이와 같이 의지 박약, 무지와 빈곤, 사회적인 자원의 제한에 의한 질병은 의사도 고칠 수 없는 질병이다. 인간의 한계와 사회의 한계로 고칠 수 있지만 고칠 수 없는 병은 환자의 치유가 보람인 의사에게 늘 심각한 고민을 안겨주는 최악의 난치병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