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르친 두형제(글/강진우, 사진/권일혁)
지난 겨울 방학이었다. 거실에 혼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아침 나절 운동을 하고 돌아와 집안 여기저기를 치우고 추스리는 시간…. 퇴근을 앞두고 잠시 책을 몇 글자 살피는 사이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영재교육원에 합격했어요. 수석합격이래요.”
“지혁이네. 축하한데이.”
짧은 통화가 끝난 후 그에 대해 한참 생각 할 순간이었다. 말썽은 많은 아이에게서 늘 기쁨을 찾는다. 장난이 심하고 잠시의 틈만 있어도 공을 차고 놀아 늘 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지혁이는 민혁이 동생이다. 내내 한 학교에서 같은 학년을 두 번 하다보니 형제를 연하여 가르치게 된 것이다. 민혁이가 형으로 자라서 그런지 좀 의젓하며 관계를 중시하여 행동하는 스타일이라면 지혁이는 장난과 끼로 넘치는 편이다. 늘 운동을 좋아하고 유리창도 가끔 파손하며 복도를 운동장 삼아 놀기도 한다.
그런데도 나는 민혁이 지혁이에 대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많은 학원들도 다녀보지 않았으면서 수학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 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에서 그 성과를 높게 해 둔 터였다. 형제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학교 수업이 끝나면 운동장에서 땅바닥에 뒹굴며 땀과 흙이 범벅이 되도록 놀았다. 그러고 집으로 가서 공부 몇자 한다는데 아이들 성적은 늘 상위에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학원에 치여서 오후 시간에는 아이들과 특별한 학급 행사를 할 수가 없다. 더구나 학교 행사 준비로 아이들을 모아도 모두 학원을 핑계대고 거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형제만 용감하게도 학원을 가지 않으면서 공부를 해왔다.
2년의 기회를 통해 부모들을 만날 수 있었다. 평범한 가정이었다. 그리 넉넉한 살림이 아님에도 이 부모의 교육은 특별하고 남다른 것이었다. 먼저 학원을 보내고 싶지 않았냐고 어머니께 물었다. 그때 돌아온 대답은 욕심을 버리고 산다는 것이었다. 경제적인 이유보다 아이들에 그렇게 시키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한만큼만 받아들이고 싶어한다고 했다.
이 어머니의 욕심, 내 자식에 대한 욕심은 어느 정도일까 들여다 보고 싶어졌다. 내 자식을 내 놓고 무심히 바라보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앞섰다. 그러나 한 참 이야기를 해보니 전혀 아니었다. 어머니 스스로 아이들이 보는 책을 보고 인터넷을 찾아보고 그리하여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책을 권하고 같이 문제를 풀어본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기 위해 늘 고민하고 인스턴트 음식을 줄이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진정한 어머니의 욕심을 다 가지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또한 아이들에게서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이 아버지는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러나 아침에 두 아들을 이끌고 동네 산책을 하고 난 후 씻겨서 밥을 먹인다. 주말이면 가족 모두 테니스장에 나가고, 아이들도 함께 테니스를 칠 기회를 준다. 더러는 산에 가서 같이 걸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세상의 어느 가정이나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아버지의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자녀들의 성장 과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임을 우리는 놓치는 것은 아닐까? 진정 교육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 하기엔 쉽게 문제집 몇 권 던져 놓고 혹은 학원으로 보내고 돌아보지 않는 것을 교육에 대한 책임을 다한 것이라 하지 못할 것이다.교단일지
무수한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고 학교에 보낸다. 그들의 성장은 단순히 시간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노력이 보태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함에도 우리가 쉽게 간과 해버리는 것은 부모들이 금전적으로 보태준 것으로 아이들에게 다해 준 것이라 믿는 것이다.
올 봄 지혁이 아버지는 부산으로 전근을 가셨다 한다. 그러함에도 이들은 이사를 미루고 있다. 아이들을 교육하기 부산보다는 안동이 더 좋다는 판단에서란다. 모든 사람들이 대도시를 향할 때 이 중소 도시에서 아이들의 교육의 미래를 꿈꾸는 이 가족이야말로 참다운 가정의 행복을 꾸려 가는 모습이 아닐까?<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