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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풍경속의 한국화가 김대원교수(글/임종교)

경기대 김대원 교수가 고가 그림 보따리를 가지고 안동으로 돌아왔다. 아니 더 제대로 말하면, 고가가 어우러진 안동 풍경들을 가득 안고 왔다. '안동풍경전'이라고 부제를 붙인 그의 이번 전시회는 안동에서 처음 갖는 전시회이자 개인전으로는 열 다섯 번째다.

고향의 풍광을 소재로 한 개인전을 열었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동안 잠깐잠깐 스케치 목적으로 다녀간 신석 고향에 그의 작업실을 마련하여 그림에 대한 열정을 풀어놓았다는 사실이 더 반갑다. 올해부터는 일주일에 나흘 정도는 이곳에 머물며 작업에 몰두할 예정이라고 한다. "엄청나게 돈을 많이 벌어서 전원생활을 할려고 온 건 아닙니다. 여행 삼아 스케치 삼아 들리는 곳이 아니라, 안동 인근의 것들을 좀 제대로 그려보고 싶기도 하고, 고향이라는 푸근한 것도 있고, 편안한 안식처에 작업공간을 두고, 문화예술 사랑방으로 늘 열어 둘려고 합니다."

벌써부터 전시회 관람을 핑계로 그림 그리는 친구들이 서울에서 잔뜩 몰려와서 물 만난 고기마냥 스케치 하러 열심히 다니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안동에서 이미 터를 잡고 그림을 그리는 동료들과도 교류를 하고 싶어했다. "전 친구가 없어요. 그림 그리는 친구 외에는, 기존에 틀을 잡고 있는 분들과도 스케치도 같이 다니고 싶고, 그림에 대한 자문도 기꺼이 주고 받기도 하고, 그러고 싶네요."

그의 시선이 가 닿은 안동
만휴정

이번에 전시된 그의 그림에는 그가 기존에 그려왔던 자칫 화려하다고 표현할 만큼의 자연경관에서 좀 비껴나고, 변화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전에 발간한 개인전 도록들을 살펴봐도 그렇다. 거기엔 여전히 나무와 강과, 고가와 산이 움직이고 있지만, 다른 느낌이다. 그의 작품에 대해 박영택 미술평론가는 이런 말을 한다.

"오랫동안 자신의 고향 풍경을 바라보고 가슴에 담아둔 이에 의해 가능한 그런 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의 그림은 단순한 대상의 재현이나 풍경의 회화적 번안으로 머물기보다는 그 땅과 함께 해온 자들에 의해 육화된 그런 풍경적 시선을 말하고 싶어한다. 그 풍경은 체질적이고 생리적이며 좀 더 근원적인 정서의 언저리에 가 닿아있다는 생각이다."

특별히 그의 그림 앞에서 나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늘 봐 왔던 것 같으면서 낯설음이 느껴졌다. 특히 이번 그림에는 고가와 그 앞에 선 나무 풍경들이 많다. 그간의 한국화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이나 정갈함, 단아하다는 느낌보다 낡고, 스산하고, 황폐하고, 외롭다. 그런 생각에 한몫을 하는데는 언뜻, 비워두는 여백이 없고, 그의 시선이 아주 가까이 그가 대하는 대상앞에 바짝 다가가 있다는 데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안동에 대한 이미지는 안타까움과 아름다움 이 두 가지다.

"고가는 골격이 보일 때라야 하거든요. 근데 갈 때마다 하나하나 없어지는 게 안타깝지요. 전부 빈집들이예요. 관리하는 경우도 드물고, 그런 맘에 더 많이 그리고 싶은 맘이 생기기도 하지요. 그런 반면에 만휴정이나 길안쪽, 대사쪽 풍광은 파고들게 할 정도로 매력이 있지요. 그림감이 되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죠. 안동은 그런 의미에서 주변 풍광과 잘 어우러진 곳이 많이 있지요."

그가 안동에 작업실을 두고 머물면서 만들어갈 작품이 미리 보고 싶었다.
"일부러 변화시켜야 한다기 보다는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그럴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지요. 앞으로 그린 시간보다 그릴 날이 더 많았음 좋겠는데 그건 알 수 없겠죠"
동양화는 생략과 함축이다. 더 치열하게 다가가서 하나의 필선으로 그려내는 것, 지금보다 더 간략화하고, 담백해지는 것, 그러기 위해 그는 안동의 풍광에 묻히는 길을 선택했는지 모른다.
"딱히 고가라고 못을 박는 건 아니고 차분하게 해야 될 것을 더 찾아야겠지만, 지금까지 그렸던 것만 다시 그려도 평생 그려야 할 것 같애요. 얼마든지 더 새롭게 그릴 수 있고요."

안동은 그의 말처럼 그림을 그리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그러나 예술가들이 전시회를 열어도 들러주는 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마디 꼬집는다.
"지역에 미술대학도 있고, 그림을 그리는 분들도 많은 걸로 아는데 적어도 관심을 보여야 할 사람들도 관람하러 안오니까 안타깝네요"
오픈날만 반짝하고는 늘 썰렁한 전시실은 그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간혹 한두 사람만 오갈 뿐이었다. 앞으로 안동의 미술계가 좀더 활성화 되는데도 그의 역할을 기대해본다.[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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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씨는 1955년 안동 출생으로, 경희대학교,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특선과 우수상을 수상했고, 제3회 월전미술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동방예술연구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경기대학교 미술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