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맥같이(글/안상학)
껴, 껴 소리 들리는 곳 어디나 사랑방 아니랴
감발 고쳐 매고 먼 길 찾아온 나그네 소식도
묵 한 사발 안고 온 이웃의 정담도
주인장이 내오는 따뜻한 소반머리에 술래 짜면
때 절은 목침이도 나누어 걸치던 사랑방 십년
기우뚱 마당도 멍석 펴면 사랑방 아니랴
노점 머리 침 튀기는 억우센 말본새도
들머리 정자나무 새참 거친 남새밥도
나물 파는 아지메 치마말기 덕지덕지 눈물 콧물도
농사 접은 아저씨 축 처진 어깨 휘영청 허리춤도
그라이소, 됐니더 마, 야, 야아, 칠년을 덧보탠
껴, 껴, 소리 툭툭 떨어지는 곳
어디나 사랑방 안동 아니랴
뭣하면 낙동강에 몇 자 적어 남으로 소리 전하고
뭣하면 기러기에 몇 자 달아 북으로 소문 전하면
이 땅 어디나 사랑방 안동 아니랴 백 번 아니랴
숙맥 같이 꺼떡하면 사랑한다 사랑한다 안동 사랑한다
등신 같이 꺼떡하면 잘 해야지 잘 해야지 안동 잘 해야지
백 번에 백 번, 골백번을 고쳐 가도
껴, 껴, 소리 절로 나믄사 이 땅 어디나 사랑방 안동 아니랴
백 번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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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시인은 1982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대 무사한가』『안동소주』『오래된 엽서』가 있고, 그밖에 인물평전 『권종대-통일걷이를 꿈꾼 농투성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