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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에 케찹을 넣는다고 퓨전음식이 되는 건 아니다(글/한미례)

국악실내악 '슬기둥'과 '어울림'

김진묵 음악평론가의 글에서 '김치찌개에 케찹을 넣는다고 퓨전음식이 되는 건 아니다' 라는 부분을 읽고 퓨전음악에 대해 이보다 더 쉽게 표현할 수는 없을꺼란 생각을 했다. 요즘 유행처럼 '퓨전음악'이라며 떠들어대지만 사실 정말 퓨전음악다운 건 많이 보지 못해 늘 아쉽다. 첼로와 가야금이 서로 섞인다면 첼로는 첼로스럽고 가야금은 가야금스러우면서 서로 접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그냥 효과음 정도로 국악기를 사용하고는 '퓨전음악이다'라고 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사실 국악은 다른 장르로부터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화살을 받아왔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대중적인 국악, 현대적 감각에 맞는 국악을 선보여드리려 한다. 우선 그 중에 국악 알리기에 큰 몫을 하고 있는 두 팀을 소개할까 한다. 바로 '슬기둥'과 '어울림'이라는 실내악단이다. 슬기둥은 1985년 MBC의 초청으로 청소년을 위한 음악무대에 '대중의 감성에 어울리는 국악적인 노래'를 불러달라는 제의를 받고 공연을 하면서 처음으로 그들의 존재를 드러냈다. 이 공연 후 방송가의 즉각적인 반응이 오면서 이들의 활동이 더욱 활성화되고, 그러면서 '슬기둥'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활동을 하게 되었다. '슬기둥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생길 정도니 국악계에서 이들만큼 사랑 받는 팀이 또 있을까 부럽기까지 하다.

반면 어울림은 개인적으로는 슬기둥이라는 팀이 나오면 항상 어울림이라는 팀이 안타깝게(?) 떠오른다. 이 팀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지만 대중의 관심과 호응에서 약간 비껴나 있다. 어울림은 1986년 팀을 결성을 해서 88년 어울림 1집을 시작으로 꾸준히 앨범을 내면서 우리다움과 대중성을 잃지 않는 음악을 연주해오고 있다.

시작점이 다소 다른 두 팀. 하지만 이들은 결국 하나의 생각에서 출발한다. 바로 우리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에 맞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 두 팀은 우리의 전통음식 김치를 가지고 치즈를 섞어 만든 어색한 퓨전음식이 아닌 김치볶음밥이나 김치만두 같은 김치의 맛을 살린 음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슬기둥은 신디사이저를, 어울림은 기타를 활용하고 있는데 서양악기를 많이 도입한 것도 아닌데 퓨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테지만 필자는 이것이 퓨전의 시작이라고 점 찍고 싶다.

슬기둥의 대표 이준호씨는 국악을 전공해서 서양음악 스타일로 시도를 했고, 어울림의 대표 이병욱씨는 서양음악을 전공해서 국악을 얻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래서 슬기둥과 어울림의 음악은 서로 분명 차이는 있지만 퓨전음악이라는 장르에서 그 출발을 같이 한 셈이다. 슬기둥의 음악이 봄날 따뜻한 햇살에 반짝이는 호숫가 같다면 어울림의 음악은 가을 황금들녁 뒤로 노을이 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 전통음악을 슬기둥은 재미있게, 어울림은 쉽게 들을 수 있기에 국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슬기둥 음악을 먼저 권하고 싶고 그리고 난 뒤 전통음악에 대해 좀 더 궁금해지는 사람이라면 어울림의 곡을 권하고 싶다.

음악 대 음악

1. 슬기둥의 여행과 어울림의 젊음의 대학로-두 곡은 아이의 해맑은 웃음이 연상되는 가볍고 경쾌한 리듬의 곡이다. 여행이라는 곡은 여행을 떠나는 설레임과 즐거움을 표현한 고금 독주곡으로 건반과 가야금, 목탁이 이국적인 맛을 낸다. 젊음의 대학로는 밝고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대학로의 정경을 그린 곡이다. 대금과 해금의 선율이 참 감미롭게 들린다.

2. 슬기둥의 산뱃놀이대 어울림의 아리랑풀이- 두 곡은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뱃노래와 아리랑을 편곡한 곡이다. 산뱃놀이는 신나는 리듬으로 놀이적인 음악을 꾀하였다. 신나게 나가던 곡이 뒷부분에 가서는 뱃노래가 들어가면서 느려지는데 마치 신나게 운동하고 난 뒤 숨고르기 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들린다.
아리랑풀이는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아리랑이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중간부분에 장단이 신나게 바뀌면서 밀양아리랑으로 넘어가는데 그 부분이 참 기억에 남는다.

3. 슬기둥의 그대를 위해 부르는 노래대 어울림의 가시버시사랑- 두 곡은 노래가 있는 곡이다. 그대를 위해 부르는 노래는 신경림 시인의 <씻김굿>이라는 시에 우리의 정서에 맞게 만든 곡이다. 조금 무겁지만 가사를 들어보면 왠지 가슴이 저미며 슬퍼진다. 가시버시사랑은 리듬도 흥겹고 가사도 흥겹고 가사도 참 아름답고 푸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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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례씨는 경북대 국악과를 졸업했으며, 안동MBC 라디오 FM응접실 우리소리엿보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한미례국악연구원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