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지방의 퇴계학맥도 제작(글/박원재)퇴계학은 그 이론적 성취도의 측면에서나 후세에 미친 영향력의 측면에서 명실상부하게 조선 성리학을 대표한다. 또한 조선 중기 이후의 한국사상사를 선도해 가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퇴계에서 발원하여 그 후학들에 의하여 집대성되어 간 퇴계학의 흐름을 학파적 관점에서 조망해내는 작업은 조선 성리학 연구에서 필수적이다.
이에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심우영, 이하 국학원)에서는 조선시대 사상사에서 영남의 퇴계학파가 차지하는 이와 같은 위상을 주목하고, 관련 연구자들과 국학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 퇴계학에 대한 유용한 참고자료를 제공하려는 취지에서 퇴계 이후 영남지방에 면면히 이어져 온 퇴계학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한《영남지방의 퇴계학맥도》를 제작하였다.
조선중기부터 한말까지 952명의 퇴계 제자와 퇴계학을 계승한 학자를 수록
<<<퇴계학맥은 조선시대부터 정리>>>
조선시대 성리학의 학통을 학파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해보고자 하는 관심은 일찍이 조선시대 중기부터 있어 왔다. 우리는 이 점을 16·7세기부터 활발히 저술되기 시작한 각종 사우록(師友錄)과 연원록(淵源錄)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퇴계학파의 학통을 처음 정리한 저술은 학봉 김성일 계의 권두경(權斗經, 호 蒼雪齋: 1654∼1726)이 지은 {계문제자록(溪門諸子錄)}이다. 일종의 문인록(門人錄)에 해당하는 이 저술 속에는 100여명의 퇴계 직전제자들만 수록되었는데, 뒤에 퇴계의 6대손인 이수연(李守淵, 호 靑壁: 1693∼1748)이 60여명을 더 추가하고 제명도 {도산급문제현록(陶山及門諸賢錄)}으로 바꾸었다. 그 뒤 이수항(李守恒, 호 山後: 1695∼1768)이 다시 여기에 10여명을 추가하고, 이어서 퇴계의 9대손인 이야순(李野淳, 호 廣瀨: 1755∼1831)이 수십명을 추가함으로써 수록인원이 260여명으로 늘어났으며, 그후에도 계속 보강되어 1914년 공식적인 초간본이 발간되었을 때에는 수록된 직전제자들의 수가 총 309명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과 노력을 거쳐 이루어진 {도산급문제현록}도 여러 가지 오류로 말미암아 출간 후에 바로 비판에 직면하였다. 비판의 주내용은 퇴계 후손이 중심이 되어 공론을 거치지 않았다든가 원 자료를 임의로 취하거나 깍아냈고, 배열 순서에 있어 합리적인 원칙이 결여되어 있으며, 성이나 이름에 오류가 많다는 등이었는데, 서애 유성룡 계열에서는 이런 문제점들을 자신들 입장에서 교정한 {도산급문제현록변정(陶山及門諸賢錄辨訂)}을 따로 내놓기도 하였다.(이상은 김종석의 {퇴계학의 이해}에서 재정리한 것임)
<<<조선중기부터 한말까지 952명의 퇴계 제자와 퇴계학을 계승한 학자를 수록>>>
이상에서 보듯이, 한 학파의 학통을 정리하는 작업은 작업의 속성상 언제나 특정한 편집기준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에 따른 시비에 언제나 노출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학맥도의 제작 작업은 항상 차선본(次善本)에 머무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번《영남지방의 퇴계학맥도》발간작업 과정에서는 이런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그런 한계를 최소화시키기 위하여 가능한 한 엄격한 기준에 입각하여 제작에 임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사승관계가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영남지방 퇴계학파 유학자들의 문집 내용을 일차적인 근거자료로 삼고 관련된 문인록과 각 시군 향토지 등과 같은 이차자료를 종합하여 수록인물을 선별·작성하였다.
그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수록인물의 기준을 먼저 저작(문집)이 남아있어야 하고, 또 생존당시에 유학자로서의 자취가 뚜렷하며, 특히 학통상의 연원이 명확히 확인되는 인물로 국한시켰다. 그리고 유학자로서의 자취는 분명히 드러나 있되 학통이 불분명한 인물이나 계보는 섣불리 특정 학맥과 연결시키지 않고 별도의 표시로 표기를 하여 후일의 진전된 연구를 기다리고자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영남 지방의 퇴계학맥도》에 수록된 인물은 퇴계 자신을 포함하여 연인원 952명이며(이것은 영남학파의 퇴계학 전수도에 수록된 600여명 보다 350여명이 늘어난 수치임), 한 번 이상 중복되어 등장하는 237명을 제외한 순수 수록인물은 715명에 달한다. 이 속에는 영남지방 퇴계학파의 4대 중심계보인 월천(月川) 조목(趙穆: 1524∼1606)과 학봉(鶴峰) 김성일(金誠一: 1538∼1593),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 1542∼1607), 한강(寒岡) 정구(鄭逑: 1543∼1620)의 계열이 망라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모든 수록 인물에는 호와 출신지, 생몰연대가 병기되어 있고, 직전(直傳) 또는 재전(再傳) 등의 관계에 따라 사승관계가 일일이 표시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뒷면에는 부록의 성격으로 퇴계의 생애와 주요 저술연대가 표기된 〈퇴계 이황의 생애와 학문〉을 첨부하였고, 신라시대의 강수(强首)에서부터 시작하여 퇴계에 이르기까지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활동한 유학자들 91명의 간략한 계보도〈조선 중기 이전의 영남지방 유현들〉이라는 표제 밑에 정리·수록함으로써 영남지방 퇴계학파 연구에 충실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