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아니라 예술입니다(글/김진호).jpg)
어느 급의 학교든 마찬가지지만 초등학교에서도 과학과 수업은 과학자가 탐구하는 방법 그대로 탐구하도록 해야 한다. 그 사실을 모르는 교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수업하는 교사 역시 그리 흔하지 않다.
풍향 풍속을 공부하면서 아이들을 교재원으로 데리고 가서 세워져 있는 간이풍향풍속계를 가리키며 설명으로 수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러는 그렇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학교 3학년 담임 최태규 선생님은 11명의 3학년 아이들로 하여금 각기 다른 자료를 이용하여 각기 다른 풍향계와 풍속계를 만들게 한다. 아이들이 각각 만든 풍향계를 교사(校舍) 뒤 안전한 곳(교재원)에 설치해 두고 수시로 풍향과 풍속을 관찰하고 기록하게 한다. 과학자가 탐구하는 방법 그대로이다.
올해 우리 학교는 이웃 2개 초등학교와 협력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3개 학교 3학년 어린이들이 본교에 와서 자연과 수업을 한 적이 있다. 물에 사는 생물을 학습하는데, 어항을 꾸미는 부분을 우리 학교 최 선생님이 지도하였다. 수족관 전문가가 어항을 꾸미는 수준 이상으로 질 높은 수업을 전개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무척 깊은 감동을 받았다.
얼마 전에는 3개 학교 3학년 아이들이 방송국, 기상대, 소방서 등을 견학하는 학습을 본교 3학년 담임 최 선생님이 주관하였는데…, 선생님은 방문하기 전날 퇴근길에 3개 기관에 들려서 관광버스가 주차할 곳을 확인하고, 아이들이 질문할 예상 내용을 담당자가 쉽게 대답할 수 있도록 사전에 알려주는 등 사전 답사를 통해서 사전 계획을 철저히 하였다고 한다. 출장도 달지 않고, 동료에게 이야기도 물론하지 않고 갔다. 일찍 퇴근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교장인 나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다.
사전답사는 정말로 중요한 과정이지만 대개는 생략하고 만다. 자주 다니는 길목에 있는 방송국과 소방서, 기상대 등에 사전 답사를 한다는 것은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비웃을 수도 있는 일이다. 바보짓을 한다는 비난도 받을 법한 일이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퇴근 후에 사전 답사를 하는 등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하였다. 그 날 견학학습이 아주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선생님의 사전 답사와 치밀한 수업계획 때문이었다는 사실 역시 뒤에 알았다.
또 선생님은 현장학습을 한 뒤에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감사의 편지를 쓰도록 지도하고 오늘 편지를 보냈다. (나는 3개 기관에 보내는 두툼한 편지의 겉봉만 보았을 뿐이다.)
3개 기관에 가서 한 바퀴 빙 둘러보는 것으로 견학학습은 대개 끝이 난다. 그렇게 해서는 교육(견학)이 아니다. 구경 수준이다. 궁금한 것을 조리 있게 질문(말하기)하도록 지도하고, 설명을 듣도록 지도하였다. 보고 묻고 듣고 느낀 것을 토대로 학교에 돌아와서는 보고서를 쓰게 한다. 그리고 학습을 위해 도와주신 3개 기관 담당자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게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참된 교육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삼차원(三次元), 또는 삼원(三元) 교육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모든 교육은 감사할 줄 아는 인간을 기르는 일일 것이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지금까지 지식 습득 수준인 1차 교육만 해왔다.
최 선생님이 아이들과 수업하는 것을 멀리서 또는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이건 단순히 수업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예술이다. 지난해는 1, 2학년 어린이가 모두 6명이었는데, 6명을 데리고도 최 선생님은 1년 내내 예술 같은 수업을 하였다. 선생님은 평소에도 늘 원숙한 수업을 한다. 어느 교과도 소홀하게 지도하는 법이 없다.
우리 학교 선생님은 유치원 포함 모두 일곱 분, 모두 최 선생님처럼 어린이를 사랑으로 교육한다. 지난 해 8월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24명뿐이어서 폐교를 논의하였지만, 그 사이에 24명의 어린이가 전학 와서 지금은 48명으로 불어났다.
농촌 소규모학교에 학생이 붇는 것은 어쩌면 우리 학교가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학교에 어린이가 붇는 것은 우리 선생님들이 어린이를 사랑으로 지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늘 감사한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