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에서 사라질 안동시외버스터미널(글/사진/장완수-한국사진작가협회 안동지부 회원)
<버스역 대합실>
30여년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안동버스터미널이 안동시의 시책에 따라 머지않아 자리를 옮길 예정이란다. 오래된 대합실에는 표를 사는 사람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풍경처럼 앉아있다. 숱한 사람들의 이별과 상봉의 애환을 달래주며 지긋이 그 자리를 지켰던 대합실. 추억 서린 고향 정류소가 이전한다하니 어머니의 품을 떠나는 것처럼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일까. 눅진한 대합실 풍경이 오늘따라 아련하기만 하다
<대합실 뒤편>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대합실 뒤편에는 초라해 보이는 국밥집과 구멍가게 그리고 표지판만 새로 바꾼 화장실이 정겹게 자리하고 있다. 슬레이트 지붕 아래 강산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먼길 갈 때는 안동소주에 안동간고등어 한손이면 맞춤하고 체면치레도 되곤 한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가게 집 아줌마가 오늘만큼은 내다보지도 않고, 설자리가 없어진 애연가들과 안동 간고등어 선물세트만이 오후의 햇살을 쬐고 있다.
<출발 전 버스>
동대구행 버스와 동서울행 버스가 나란히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중앙선 열차를 많이 이용하였으나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나서부터 대부분이 고속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대구는 1시간 남짓 걸리고, 3시간이면 서울에 도착하다 보니 웬만한 서울 볼일은 해동갑도 느긋한, 참으로 빨라진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도 가끔은 오랜 친구 만나는 것처럼 그 옛날 완행버스를 타고 느긋한 여행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대기 중인 버스>
터미널 광장 한켠에는 수많은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다. 가까이는 진보, 영양, 봉화 등지부터 멀리는 대전, 춘천, 서울까지 가야하는 차들이다. 수없이 드나드는 버스 속엔 수많은 사람들이 떠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한다. 이별이 못내 아쉬운 듯 차창으로 손을 흔드는 사람, 여행이 즐거워 활짝 웃는 사람, 고향을 남겨두고 떠나감이 아쉬운지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사람, 모두가 가슴속에 사연을 안고 있는 듯 하다. 오늘은 또 어떤 이름모를 사람들이 무슨 사연을 싣고 안동을 떠나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