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필승 신화! <신화축구클럽>(글/백소애 - 편집기자)
거리는 온통 붉은 물결이다. 요즘의 안부인사는 날씨, 식사여부와 더불어 축구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런 6월을 더 특별하게 보낼 사람들, 안동축구클럽연합회 소속 ‘신화축구클럽’ 동호인들을 만나보았다. 2000년에 결성되어 6년째 탄탄한 팀웍과 침목을 자랑하는 신화축구클럽. 예상대로 30~40대가 주를 이루지만 이들의 클럽사랑에 대한 캐치프레이즈는 명쾌하게 한 줄로 요약된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서로 화합하며 즐겁게 공을 차는 클럽’
일요일 아침이면 유니폼과 축구화를 챙겨들고 나서는 이들의 뒤통수는 유난히 따가웠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주말을 못 보냈다는 미안함에 멤버들이 제안한 것이 ‘야유회’였다. 자다가도 ‘골인’소리에 벌떡 일어날 축구환자(?)들의 야유회가 햇볕 따사로운 6월에 임하댐에서 열렸다. 이들의 상반기 야유회에 살짝 따라가 보았다.
가족들이 돗자리를 펴기도 전에 이미 몸 풀기 시합이 벌어지고 있었다. 조끼를 입은 팀과 그렇지 않은 팀. 국가대표팀 분위기로 봐서는 조끼를 입은 팀이 주전이라고 하던데, 그냥 팀 구별을 하기 위해서 입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조끼를 노리는 회원이 은근히 많았다.
시합 후 개회식이 진행되었다. 자못 진지하게 진행되던 개회식이 인원파악에 들어가자는 말과 함께 ‘똑바로 줄 서라’ ‘기준이 어디냐’ 등의 외침에 금세 왁자지껄해졌다.
한 쪽에서는 아이들이 더 신났다. 어른들은 자못 엄숙하게 개회식에 임하고 있는데, 아빠들이 독점했던 축구공을 이때다 싶어 열심히 차고 있다. 잔디밭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가족들은 벌써 몇 번째 진행된 야유회에 이미 얼굴이 친숙한 모양이다.
뻥 축구를 구사하거나 수준 낮은 경기를 뛰는 걸 보고 ‘조기축구회 수준’ 운운하는 것도 다 옛말이다. 각 지역마다 활발히 운영되는 축구클럽과 그들의 시합내용을 보면 이젠 모두들 선수가 다 됐다. 거기다 유럽축구를 안방에서 청취하다보니 모두들 해설자수준의 입담을 자랑한다.
이들의 주무대는 용상동 안동병원 앞 강변운동장이다. 일요일 아침에 모여 공 한번 차면 일주일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고 한다. 4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는 클럽이니 몇 명쯤 빠지고 나와도 두 팀으로 나눠 시합하기에는 불편함이 없다고 한다. 간간이 주위의 다른 클럽과 시합도 하고 지역이나 도 단위 시합에 참가하기도 한다. 작년 경북예선리그에서 3위에 그쳐 2위까지 나갈 수 있는 본선에는 못 올랐으나, 성적은 중간정도는 유지한다고 한다.
회장 정찬우(35) 씨는 선수 출신이거나 축구로 한 가닥 한다는 사람을 영입해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겠지만, 순수 아마추어로 활동하며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뭐 그리 승부에 연연하겠냐며 웃는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신화축구클럽을 이끌고 있는 회장 정찬우 씨는 클럽이름처럼 모범적인 축구클럽의 신화가 되고 싶은 포부를 갖고 있다.
현재 안동축구클럽연합회에 소속된 클럽이 22개이다. 체계가 잡히고 일정한 가입조건에 통과하면 정식으로 연합회에 소속이 된다고 한다. 신화클럽 회원이자 안동축구클럽연합회 사무국장 권성현(35) 씨도 특히나 화합도 잘되고 알차게 꾸려나가는 팀 중 하나라고 귀띔해준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면서 모두들 식사준비에 열중이다. 포워드(FW)가 고기 굽고 미드필더(MF)가 불 조절하고 디펜더(DF)가 상 차리고 있으니 호흡 만점이다. 거기다 클럽의 12번째 선수인 가족들이 돗자리 깔고 음식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굽는 사람들도 흥이 나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흥이 난다.
마지막으로 부인들의 축구대회를 끝으로 야유회의 막을 내렸다. 이날 부인들의 축구경기는 신화클럽 멤버들의 경기보다 더욱더 터프하게 진행되었으니 평소에 억눌린 한이 많은 거라고, 야유회를 좀더 자주 갖자는 조심스런 건의와 함께 몸조심해야겠다는 멤버들의 우스개 소리가 들렸다.
월드컵 한국전이 열리면 모여서 응원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회원들. 응원용 하회탈까지 챙겨주면서 꼭 응원 장소에서 만나자고 말하는 그들을 뒤로하고 유쾌한 야유회에서 빠져나온다. 축구 사랑이 한철이고 ‘때’되면 응원하는 사람이 아닌 이들이야 말로 진정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아닐까.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