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 아름다운 계절에(글/사진-장완수-한국사진작가협회 안동지부 회원)
<길안천>
청송군에서 발원한 길안천은 안동에서 가장 맑은 물을 자랑하는 곳이다. 대사리를 거쳐 송사리 천지갑산을 휘감아 한반도 지형을 만들고, 길안면 소재지를 관통하여 반변천과 합류한다. 물속에는 맑은 물에만 산다는 쉬리, 꺽지, 버들치를 비롯한 각종 어류가 서식한다. 매년 여름이면 전국에서 물놀이를 오는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수십 장은 될만한 절벽아래 삼삼오오 파라솔을 치고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한가롭고 정겹다.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길안천에 쉬리와 버들치가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계속 헤엄쳐 다녔으면 좋겠다.
<낙동강>
퇴계 이황선생이 시로 읊은 청량산을 휘감아 도는 낙동강 상류에 몇 해 전부터 레프팅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물살이 세 위험해 보이지만 젊은이들은 용기와 도전정신으로 보트에 몸을 싣고 노를 젓는다. 아름다운 가송협을 지나면 왕모산성과 농암 이현보 선생의 종택을 만나고, 다시 퇴계 오솔길을 만난다. 젊은이들은 단순히 레프팅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선현들의 발자취를 더듬으면서 역사를 배우기도 한다. 이들이 인생의 험한 물줄기도 잘 헤쳐 나가도록 도도한 물줄기 같은 웅지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동댐 야외박물관>
해질 녘이면 시민들은 수련이 피는 안동댐 야외박물관 연못가에서 더위를 식힌다. 두 마리의 용이 토해내는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면 더위가 절로 가시곤 한다. 건너편에서 주차를 하고 미투리를 본 따 놓았다는 대형 목조다리 월영교를 걸어서 이곳에 이르게 된다.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들이 조상의 산소에 벌초를 할 때면 한번씩 들려가는 곳이기도 하다.
한 줄기 바람이라도 지나갈 때면 고향의 흙내음이 듬뿍 묻어나는 곳이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거닐면 세상사 근심도 잠시잠깐 잊어버리곤 한다.
<오천군자리>
영남의 개인 정자로는 가장 웅장하면서 우아한 건물로 정평이 나 있는 탁청정에서 연세 지긋한 어른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뜨락 연못에는 수련이 마음껏 자태를 뽐내고 주변 나무에는 매미들의 합창이 요란하다. 정내에는 농암과 퇴계 등 명현들의 시구가 현판되어 있으며 탁청정(濯淸亭) 현판은 명필 한석봉이 쓴 것이다. 시원한 누정에서 옛 사람들의 풍류를 느낀다면야 이보다 값진 여름을 보낼 수 있으랴. 처처에 무수한 서원, 종택, 정자가 있는 안동, 그 속에 살아 숨쉬는 조상들의 정신세계가 고스란히 베어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동을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