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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수해, 구멍난 방재시스템(글/조동진 - 안동MBC 기자)

30여 년 전 중,고등학교 지리시간에 우리나라 한강 중,상류 지역은 비가 많이 오는 다우지역이고 낙동강 중,상류 지역은 비가 적게 오는 과우지역으로 배운 기억이 있다.
아마 맞는 말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같은 통계적 수치도 흔들리기 시작한 것 같다.
엘리뇨나 라니냐 현상 같은 지구의 기상이변이 점차 가속화되면서 비는 교과서적으로 내리지 않고 게릴라식 집중호우로 쏟아 붓고 있으니 장마나 태풍으로 인한 수해는 언제 어떻게 닥쳐올지 알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해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그때마다 국가 방재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하고 구축해야 한다는 등 떠들썩하지만 여름이 지나면 그뿐, 다시 여름이 오면 대한민국은 다시 야단법석이 된다.

어김없이 찾아온 장마와 태풍 피해
지난 7월 8일부터 18일까지 태풍 에위니아와 집중호우가 겹치면서 우리나라 중부지방은 끔찍한 피해를 입었지만 그것도 부족했던지 7월 하순의 수도권과 충청도 지방의 집중호우로 한반도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다시피 했다.
이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60여명이 죽거나 실종됐고 3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2천여 채에 가까운 집이 침수되거나 부서졌다.
또 영동고속도로를 포함한 27개 도로가 산사태로 통행이 끊겨 막대한 불편을 초래했으며 안양천의 제방이 터지면서 주민 2만여 명이 대피하는 국가적 재난을 겪었다.
하루 이틀 새 500mm에 가까운 비가 쏟아지면 분명 예삿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는 것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에 걸맞지 않는 국가 시스템상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재해가 날 때마다 정부나 자치단체는 “천재지변”이니 “불가항력적 기상이변“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10년간 재해로 인해 연평균 131명의 인명피해와 1조 7천8백억 원의 재산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천재가 아닌 인재도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재해의 일정부분은 인재에서 비롯돼
강원도지역의 고속도로와 국도피해는 87%가 도로 옆 야산 절개지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와 낙석 때문에 발생했다는 전문가 진단이 있었다.
경사면을 급하게 깍은 뒤 엉성한 철망을 대충 덮어놓고 공사를 마무리한 결과가 산사태와 절개지 붕괴를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것이다.
안양천의 제방의 붕괴는 지하철 공사를 하면서 허물었다고 복원한 곳에서 빚어졌으며 일산의 지하철역 침수 역시 허술한 부실공사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부실공사는 공사를 따기 위해 공직자에 로비를 하고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값싼 불량자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그로인한 날림공사, 그 부실을 눈감아 주는 악순환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는 무감각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땜질 수방대책 벗어나 예방위주 전환 시급
이제 우리나라도 국가의 재해 예,경보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사후약방문식 복구보다 예방에 치중하는 국가방재시스템의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집중호우에서 중부지방에 위기경보 경계령이 발령된 시점은 7월 16일 오전 10시 30분이었지만 강원도 인제군과 평창군에서 산사태와 급류에 휩쓸려 10명이 숨지고 17명이 실종된 시간은 이 보다 4시간 전인 16일 오전 6시쯤이었다.
정부의 엉터리 재난 예보시스템이 가져온 참극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자연재해를 완벽하게 예방하는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지만 이를 최소화하는 노력과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재난사고 위험이 증가하는 징후가 보이면 이를 위험 지역 주민들에게 신속히 알려 안전지대로 대피시켜야 하며 이를 위한 재난방송 기능과 재난안전교육도 평상시에 이루어지는 등 대폭 강화 되어야 할 것이다.

1998년 정부가 선정한 재해취약지구는 천 123곳에 이르지만 올해까지 정비가 이루어진 곳은 450곳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아직까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해위험지구보다 위험수준이 낮아 지방자치단체로 관리가 넘어간 상습침수지역과 수해위험 다리, 위험 저수지 등 만 5천여 곳은 빈약한 지방재정으로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천년부터 2004년까지 재해복구비는 21조 7백여억원인 반면 예방투자비는 10조 5천2백억원으로 피해복구비의 비율이 총 예산의 60%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복구비 비율이 13%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경우 복구대비 예방예산이 6대 4인 반면 일본은 1 대 9 정도로 복구보다는 예방에 치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시적인 효과가 나지 않는다고 예방을 소홀히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지만 이제는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예방 위주로 정책을 전환해야할 때다.
생색내기 사업에 예산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재해예방을 위한 예산이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인식을 갖고 재해에 대처할 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부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