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이천동 석불상(보물 제115호)(글/임세권 - 안동대 교수)
북쪽에서 안동을 들어오려면 옹천역을 거쳐 바로 안동의 턱 밑에서 거대한 불상을 만나게 된다. 이 불상은 안동시 이천동 연미사(燕尾寺) 옆에 있으며 제비원 석불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안동 주민들에게는 안동의 상징물로서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연미사는 신라 선덕여왕 3년(634)에 명덕이란 승려가 창건하였고, 뒤에 국가에서 운영하는 여행하는 관리를 위한 숙소인 원(院)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고려시대의 원이란 사찰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해서 제비원은 그 말 자체가 사찰의 이름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의 절은 1918년에 새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절 위의 바위 위에는 안동 이천동 3층석탑(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99호)이 있다.
특히 이 불상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무가(巫歌)인 ‘성주풀이’ 사설에 나오는 “성주의 본향이 어디메뇨? 경상도라 안동 땅에 제비원이 본일래라”라는 가사와 ‘연이 처녀와 노랭이 김씨 총각’, ‘불상 목 벤 이여송’, ‘불상 만든 형제’, ‘제비원과 법룡사 절 짓기 시합’, ‘자리 빼앗긴 울바위’ 등 지금까지 안동사람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많은 전설들이 얽혀 있기도 하다.
불상은 크게 몸체와 머리로 나누어지는데, 몸체는 높은 바위절벽에 얕은 부조(浮彫)로 새기고 머리는 따로 만들어 올렸다. 머리는 얼굴과 큼직한 육계(肉?)가 표현된 소발(素髮)의 머리를 각기 다른 돌로 만들어 조합하였다.
얼굴은 풍만하여 자비로우면서도 근엄한 느낌을 주며 양 눈썹 사이에는 백호를 양각으로 새겼고, 눈은 가늘고 길게 떴으며, 눈 위로 초승달 모양의 눈썹의 안쪽 선끝이 바로 삼각형으로 우뚝 솟은 코의 윤곽선과 연결되었다. 입은 굳게 다물었고 아랫입술을 밑으로 도톰하게 새겼다.
따로 된 머리에 대해서는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 명나라에서 참전한 이여송 장군이 이 앞을 지날 때 말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자 칼로 머리를 쳐서 떨어뜨린 후 비로소 말이 발을 옮길 수 있었다는 설화가 붙어 있기도 하다. 또 어떤 사람들은 신라시대에 조각된 머리부분이 있었는데 풍화가 심하여 후대에 다시 만들어 붙였으며 옛날에 있던 머리는 산 밑 계곡에 굴러 떨어져 있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모두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불상의 형태를 찬찬히 살펴보면, 목 아래로는 바위에 마애불(磨崖佛) 형태로 새겼는데 목에 삼도(三道)로 부르는 주름 세 줄이 뚜렷하게 보인다. 현재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구슬목걸이 모양이 보이는데 불상을 보수할 때 시멘트로 접합시키면서 만든 것이다.
몸에 걸친 법의(法衣)는 두 어깨를 모두 가린 통견(通肩)인데 음각한 옷 주름은 희미하고 형식적이다. 전체적인 모습은 왼쪽어깨에서 완만하게 흘러내린 옷 주름이 오른쪽에서 수직으로 드리워진 옷자락과 만나서 접히고, 가슴 밑으로 속옷에 맨 허리띠가 묘사되어 있다.
손모양은 양손 모두 엄지와 중지를 맞대고 있고 오른손은 아랫배에 대어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하고, 왼손은 가슴 위로 올려 손등이 앞을 향하도록 한 중품하생인(中品下生印)이다. 또한 발밑에는 음각한 연화문 대좌가 희미하게 남아있다.
현재 이와 같은 손 모양을 근거로 하고 또 불상이 서쪽을 향해 서 있는 것이 서방정토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아서 이 불상을 아미타여래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신라말과 고려초 이후 유행한 미륵신앙의 유행과 함께 미륵불로 보는 견해도 있어서 지금으로서는 이 불상의 명칭을 정확하게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높이는 12.4m이며 턱에서 머리끝까지 250cm 정도이다.
연미사 법당 앞에서 불상 밑으로 가는 길은 급경사지를 깎아 만들었다. 불상 밑에 다다르면 불상의 정면에는 5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불상의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는 바위절벽 하나가 솟아 있어서 불상 앞에 좁은 공간을 만들고 있다. 이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맞은편도 급경사의 바위로 막혀 있어서 불상 밑은 삼면이 꽉 막힌 폐쇄된 공간을 이루고 있으며 이 곳은 불상을 향해 예불을 드리는 법당의 구실을 한다.
불상의 머리가 얹혀있는 바위 절벽위로 올라가면 불상의 왼쪽어깨 윗면 암반에 지름 30~50cm, 깊이 10~20cm 정도의 홈 5개가 보인다. 또 불상 맞은편 절벽 위에는 건물의 주춧돌처럼 보이는 넓적한 돌 하나가 있다. 이들은 모두 기둥을 세웠던 자리였을 것이다.
영가지(永嘉誌) 불우조(佛宇條)에는 “연비원불사는 안동부에서 서북쪽으로 12리 떨어진 오도산 남쪽에 있다. 돌을 세워 불상을 만들었는데 높이가 10여장丈이다. 당나라 정관(貞觀) 8년(634)에 6칸의 집을 지어 불상을 덮었는데 지붕이 날아갈 듯 아득하게 보이며 하늘에 날개를 편듯하다”라고 하였다.
정관 8년은 신라 선덕여왕 3년에 해당하는데 이 불상이 고려시대 불상이라면 불상을 세운 연대는 믿을 수 없다. 그러나 기록에 나오는 불상의 형태와 그 위의 건축물에 대한 기록은 영가지 편찬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므로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기록을 불상 위의 바위와 비교하여 추정해 보면 이 석불의 본래 모습은 불상 앞의 바위 위와 불상 어깨 옆으로 기둥을 세워 지붕을 덮었고 따라서 불상 밑의 좁은 공간은 법당으로 기능하였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곧 이 석불상의 본래 모습은 신라 이래 유행하였던 석굴사원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으며 그러한 모습이 조선 후기 17세기 전반기까지도 남아 있었음을 영가지의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석굴사원은 경주 단석산의 신선사지(神仙寺址) 마애불상군(磨崖佛像群)에서도 볼 수 있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