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동네를 지키는 사람. 양평경찰서 이동수 서장(글/천남희-하남사는안동사람, 사진/박영대-동아일보기자)

이동수(58세) 양평 경찰서장을 만나는 날은 휴가철이라 하남에서 팔당대교를 넘어 이포대교까지 엉금엉금 거북이처럼 기어갔다. 무더기 비가 내린 후 올해는 더위도 무더기로 왔다. 그 비가 그치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무더기로 피서를 떠났다. 그 피서길에 파묻혀 평소 30분 거리에 있는 양평을 1시간도 훨씬 더 걸려 도착했다. 피서 철을 피하여 약속을 잡았었지만 긴 장마로 인해 관공서의 비상근무로 약속이 자꾸만 미뤄졌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상황을 알려주었지만, 약속 시간을 훌쩍 넘어 도착해서 미안해하는 우리를 그는 시원한 미소로 맞아주었다. 일출과 일몰, 파아란 하늘을 각각 배경으로 한 두물머리 사진과 용문산 은행나무를 찍은 사진을 롤 스크린과 버티컬에 담아 놓은 인상적인 서장실에서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이동수 서장의 금연운동과 추억만들기
그가 과천정부청사에 있다가 양평경찰서장으로 부임한 것은 올해 3월인데 수원 중부와 홍천 등 5개 지역을 거치면서 전국에 있는 버드나무 양(楊)자가 들어간 지방(양구, 양주, 양평)에서 모두 서장직을 맡아서 흥미롭다며 먼저 말문을 열었다. 풍산읍 하리동에서 태어나 풍산초등학교, 병천 중학교(현재 풍산중)와 안동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1968년에 안동 교육대학에 입학했다.
“그때에는 친구들끼리 은행원이 되거나 선생님이 되는 게 성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적었고, 사업하는 것도 여러 가지 어려울 때였으니까요. 2년만 공부하면 안정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교대에 진학했지요.”
그 교직이 아마 그의 적성에 맞지 않았나 보다. 경북 선산 해평초등학교에서 시작한 교직 생활을 5년 만에 접고 회사생활도 해 보고 고시 공부도 좀 했었다. 그러다가 다시 공직생활을 해야겠다싶어 1978년에 ‘경찰 간부 후보생’ 시험을 쳐서 경찰의 길로 들어섰다. 안양 경찰서 관양 파출소장으로 시작한 경찰생활이 28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1999년에 총경이 되어 강원도 양구 경찰서에서 처음 서장을 시작했다. 그가 서장이 된 후로 전,의경들을 위해 꼭 하는 일이 두 가지 있다. 금연운동과 추억 만들기이다. 금연 운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03년 양주 경찰서장을 할 때부터인데 과천 청사 경비대에서는 모든 전ㆍ의경들의 완전 금연을 정착시켜 금연부대를 만들었다. 그때 그는 금연전도사로도 불리었다고 한다.
“군대 생활이 정신적으로 많은 압박을 받고 불안스러울 때입니다. 그래서 담배를 많이 피우기도 하고 처음 배우는 친구들도 많아요. 선임들이 많으니까 겁이 많을 때이니 그때를 이용해서 끊게 해요. 또, 흡연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적절한 금연 방법에 대해 강의 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면 금연 의지를 담은 금연 계약서를 스스로 제출합니다. 금연에 성공한 전ㆍ의경들에게는 특별외박을 시켜 주는 등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줍니다.”
양평결찰서 홈페이지에서 올해 3월에도 금연 전문 강사가 다녀간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3월이면 그가 부임한 달이다. 금연에 대한 그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담배를 안 피우면 담배를 재배하는 농민에게는 미안 하지만 우선 건강이 좋아집니다. 우리 서에서는 담배 배급 자체를 없애 그 돈은 얼마 안 되지만 개인 통장으로 입금해 주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건강에 좋고 금전도 절약되며 길거리도 깨끗해지니 그야말로 일석 삼조가 되지요” 
생각에 따라서는 금연운동이 전ㆍ의경들에게 강제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에 대한 그의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은 ‘추억 만들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추억 만들기는 말 그대로 전?의경들이 서로 제대할 때까지 추억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전ㆍ의경들이 청사 내에서 긴급출동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이 군복무나 마찬가지입니다. 군 생활이라는 것이 지역과 학연을 떠나 다른 사람을 사귈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큰 자산이 될 수도 있지요. 군 생활을 재미있게 하면서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어 사회에 나가서도 유대관계를 가지면 개인적으로 귀한 인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같이 지역 축제에도 참가시키고 유명인사 특강도 듣게 하고 여러 가지 문화체험도 시키고 있어요. 자전거 동호회도 만들어 운영하며 등산 등 여러 가지 추억이 될 만한 일들을 하게 합니다. 지역사회 수해 복구 작업도 참여 시킵니다. 우리 지역 문화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어요. 양평경찰서에서 2년간 복무 했다면 뭔가 조금이라도 남는 게 있어야지요.”


 



사람 만나는 즐거움, 배려의 시작입니다.
양평경찰서에는 ‘전ㆍ의경 어머니회’가 있다. 그 어머니회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생일잔치도 베풀어주고 등산이나 봉사활동을 나갈 때도 그들과 함께한다. 비록 직접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가정에서 모두 귀한자식들이라 생각해서 따뜻한 마음과 사랑으로 감싸준다니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하는 전ㆍ의경들에게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되고 있을게다. 그의 세심한 배려가 있는 양평경찰서가 그들에게는 아버지처럼 따스한 품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그가 과천 정부청사에 있을 때 함께 했던 전ㆍ의경들도 지금까지 서로 교류를 하며 모임을 가지고 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7월의 어느 날에도 그 모임을 다녀왔다며 흐뭇해한다.
그가 드러내지 않고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일이 있다면 안동 사람들끼리  만날 수 있도록 모임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직업특성상 여러 지역을 두루 다니다 보니 같은 고장에 사는 안동사람끼리도 서로 모르고 지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안동이 고향인 사람들을 이어주고 만나게 해 주어서 고향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 외로움을 달래며 의지 할 수 있게 해준다.
“서장으로 있으면서 고향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보기에 따라 안 좋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서장으로서 무슨 도움을 주고받자는 게 아닙니다. 모임에서 정겨운 말 한마디, 함께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서로 행복을 느낍니다.” 그래도 혹 지역 주민들에게 오해를 받을까 싶어 모임 주선을 도와줄 뿐 직접 나서지는 않는다며 겸손해 한다. 그의 그 마음씨가 말씨로 전해져 정감 있는 목소리로 맴돈다.


 



풍산 깜부기, 정겨운 고향이 항상 그립습니다.
그는 퇴계 이황선생의 15대 손으로 원 고향은 예안면 부포동이지만 풍산면 하리 동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주로 낙동강이나 마애동 솔밭에서 많이 놀았다고 한다. 어릴 때 별명이 ‘깜부기’라고 불릴 정도로 낙동강에서 수영하고 고기 잡으며 여름 한철을 보냈다.
“그때는 댐이 없어서 그런지 물이 제법 많았어요. 하리 동에서 나무꾼들이 배로 강을 건너가서 나무를 해 가지고 올 정도였으니까요. 겨울에 마을 앞 논에서 시게또(썰매)를 타고 나가면 낙동강까지 갈 수 있었어요. 한사람이 먼저 치고 나가면 모두들 쭈욱 따라서 마애 앞에 강까지 나갔었죠. 그러다가 얼음이 쩡쩡거리는 소리에 놀라서 돌아오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뭇짐 구루마도 얼음 위로 다녔죠. 어릴 때는 땔감이 모자라 한방에서 여럿이 이불에 발만 넣고 원을 그리듯이 잠을 잤습니다. 놋대접에 물을 먹다두면 물이 솟구쳐 얼 정도로 춥게 지냈어요. 스무 살쯤 고향을 떠나 아무리 여러 곳을 돌아 다녀도 어릴 때 아련한 추억은 늘 생각이 나고 그래서 고향사람이라면 무조건 반갑습니다.”
그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는 이곳 양평에서도 계속되고 있었다. 농기구판매업자, 펜션 운영자, 법무사, 식당운영자등 이곳의 안동사람들을 줄줄 엮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일정한 인원이 되면 또 하나의 안동인들의 모임이 만들어질 것이다. 지금도 휴가를 가면 안동을 경유하거나 그 근처를 맴돌며 나름대로 고향을 지키며 향수를 달래고 있다고 한다.
“인구가 자꾸 줄어드는 고향을 보면 아쉬울 때가 많지요. 젊은 사람들이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경제적 체력을 갖추어서 인재를 좀 많이 활용하고 뭔가 좀 새롭고 옛날처럼 활기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안동지역에서 외지로 나온 사람들의 마음은 누구나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내가 안 해도 누군가 하겠지 하는 소극적인 자세와 그 마음을 결집시켜줄 어떤 매개체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적어도 안동을 고향으로 둔 우리의 2세들부터 먼저 안동을 좋아하고 방문하게끔 하는 ‘친 청소년 안동문화’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 문중에서 홈페이지에 안동 전통 예절 방을 만들어 제례와 상례 등을 보여 준다 던가 쉬운 역사이야기를 써서 안동을 홍보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문중의 족보나 혼맥도(婚脈圖) 같은 것을 볼 수 있다면 자신의 뿌리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안동사람에게 시집온 며느리들이나 자녀들이 좀 더 안동을 좋아하고 이해하며 자주 방문하지 않을까요.”
그는 안동하면 순박한 말씨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껴’를 많이 써서 부드럽지는 않지만 그 사투리 속에 고향사람들의 자상하고 친근한 마음을 엿볼 수 있음에 그럴게다. 풍산의 넓은 들도 그에게는 늘 그리움의 한 자락으로 자리 잡고 있다. 뙤약볕아래 탱글탱글 영글어가고 있는 들판의 벼이삭이 바람에 흔들려 사각사각 내는 소리는 기자에게도 항상 그리움의 대상이다. 학교 다닐 때 자주 소풍을 갔었던 학가산 광흥사나 마애 솔밭, 하회마을, 도산서원 등 모든 것이 그에게는 아련한 추억이다. 특히 겨울에 교육대학 다닐 때 빙상교육장으로 이용해 스케이트를 탔던 무릉 암산  보트장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오늘의 나를 있게해 준 고향의 마중물 되고파
상식과 순리로 살아가면 잘못될 일이 거의 없다고 믿는 그는 운동을 좋아해서 최상급 코스를 탈 정도로 스키를 즐긴다. 요즈음은 주말을 이용해 수상스키를 배우고 있다며 검게 그을린 얼굴에 대한 변명을 했다. 그러나 그는 얼마 전 장마에 침수된 지역 수해복구 작업에 직원들과 함께 다녀왔으며 안전띠 착용정착을 위한 홍보캠페인을 하는 등 여름 햇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군민과 함께하는 따뜻한 경찰인이 되기 위해 거리로 나가고 있었다. 그는 양평경찰서 Clean-물결운동 선포식에서 경찰을 ‘유리어항속의 금붕어’에 비유하며 청백리 정신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법과 규정을 준수하며 바르게, 빠르게, 쉽게, 즐겁게 일처리를 하자는 것이다. 안동의 선비다운 생각이다.
정년이 3년 반 남은 그의 마지막 바람은 고향인 안동에 가서 일을 하는 것이다.
“안동에 가서 마지막 봉사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어요. 마음은 먹고 있는데 실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예의와 도의의 선비고장에 맞는 경찰상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경찰서에서도 시청과 연계하여 친 청소년 안동 문화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향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에게서 남아 있는 안동인들과 떠나온 안동인들을 이어주는 마중물 역할을 기대해 본다.
돌아오는 길 무더기 비를 쏟아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장마 끝이라 그 파아란 하늘빛을 받지 못한 누런 황토색 팔당호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텃새가 되어버린 청둥오리들이 유유히 자맥질을 하며 돌아다닌다. 옥수수, 수박 등을 팔고 있는 길가 간이 판매대를 보자 안동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깊어지는 그런 날이다.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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