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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참사 1년, 아물지 않는 상처(글/조동진-안동MBC 기자)

10월 3일은 상주 시민운동장사고가 발생한지 만1년이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사망자와 부상자들에게는 아직도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다. 11명이 숨지고 162명이 다치는 초유의 대형 참사였지만 아직도 보상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고 완벽한 안전대책은 수립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들의 아픔과 풀어야할 과제를 점검해 본다.

상주사고 이후에도 비슷한 사고 잇따라
2005년 10월 3일 오후 5시 40분쯤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문화방송의 가요콘서트를 보기위해 입장하던 과장에서 먼저 들어가려는 관람객들이 출입구에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앞에 있던 사람들이 밀려 넘어지는 사고로 결국 주민 11명이 숨지고 162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이 사고는 행사 주최 측인 상주시와 행사대행을 맡은 (사)국제문화진흥협회, 문화방송 등이 관람객 입장에 대한 대책을 소홀히 한 데다 경찰과 소방당국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도 미비하여 빚어진 인재였다. 참사와 관련해 김근수 당시 상주시장과 국제문화진흥협회 관계자와 경호업체, 상주시 관련 공무원 등이 기소돼 금고형이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사상 초유의 참사가 빚어졌지만 이와 유사한 사고는 잇따라, 지난해 10월 29일에는 광주에서 인기가수 공연 도중 수천 명의 청소년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중학생 1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3월에는 서울 롯데월드에서 무료입장 행사에 참가하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35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뒤늦은 안전대책, 올 9월에야 관련법 개정
정부는 상주사고 이후 공연장 안전과 관련한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했지만 정치적인 사안으로 국회가 공전되면서 흐지부지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고가 잇따르고 정부와 국회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정부는 지난 9월 27일에서야 공연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개정안 내용은 그동안 공연장 등록대상에서 제외됐던 야외공연장이 대상에 포함돼 등록 시 재해대처계획을 신고하도록 했고 신고기관도 관할 소방서에서 관할 자치단체로 변경됐다. 또 관중이 천명이상 모일 때는 자치단체와 경찰, 소방서 등 관련기관이 참여하는 안전관리 심의위원회에서 대책을 세우도록 하고 출입구 설치와 입장 안내선, 비상차량 전용 진입로 확보 등 세부적인 안전조치가 강화됐다.
뒤늦게나마 관련법이 개정돼 안전조치가 강화된 것은 다행이지만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은 운용하는 사람에 따라 제도의 성패가 달려있는 만큼 안전에 대한 국민 모두의 의식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사망자 유족보상 진전없어, 부상자 정신보상도 진행
상주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나도록 부상자와 사망자 보상 문제는 아직도 양측간의 의견차이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상주시는 올해 3월 보상심의위원회를 열어 전체 부상자 162명 가운데 중상자 2명을 제외한 160명에게 모두 17억 6천674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부상자대책위와 합의하고 지급에 나섰다. 부상자들은 부상정도에 따라 104만원에서 1억 4천73만원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이는 외과치료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정신과 치료를 함께 받은 80여명의 부상자 정신과 치료보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상주시는 부상자대책위와의 합의 아래 부상자의 정신과 치료감정을 마치고 검증사정을 거친 뒤 보상심의위를 열어 보상금 지급액을 결정할 예정으로 10월까지는 부상자 관련보상은 모두 끝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2명의 중상자들에 대해서는 협상이 진행 중인 상태다.
부상자에 대한 보상은 어느 정도 진척이 있지만 문제는 사망자 유족 측에 대한 보상은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상주시와 유가족 측은 법적 보상금과 특별 위로금을 놓고 손해사정까지 마쳤지만 아직까지 보상심의위원회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상주시는 유족 측이 합의사항과 별개로 위령탑 건립 등 별도의 요구사항이 많고 심의에 유가족 측이 참석하지 않아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유가족 측은 상주시가 무성의하게 대처하고 있고 상주시와 문화방송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를 듣지 못하고 있다며 협상테이블에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으로, 서로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물지 않은 아픔, 그러나 언젠가는 치유할 상처
상주사고로 인해 사망자 유족은 물론 부상자들은 아직도 고통 받고 있을 것이다. 사고당시의 충격으로 80여명은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2명은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식물인간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사망자유족측은 지금도 상주시청에 사무실을 마련해 매주 모임을 갖고 있지만 보상협상은 제자리걸음이고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사고의 직접적인 피해당사자는 부상자와 사망자 유족 측임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협상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들의 요구사항이 많다고 하더라도 아픔을 치유하고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다면 협상의 주체인 상주시는 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물질적인 보상 못지않게 그들의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그 아픔을 함께 한다는 진심을 보여준다면 상주사고의 아픈 기억은 조금이나마 빨리 잊혀질 것이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