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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사회복지사 되고픈 송덕희씨(글/이미홍-객원기자)

누군가를 위해 봉사를 한다는 것은 기실 거짓말인지도 모른다. 봉사를 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행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을 위해 무언가 봉사를 하고 싶다는 결심은 곧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사람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들과 가슴 벅찬 보람을 얻기도 한다. 하여 봉사는 남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하는 행위라고 해야 할 것이다. 결국 봉사란 나와 남을 연결해주는 고리이자 남과 나를 동시에 살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마음 내키는 대로 무턱대고 남을 도와줄 수는 없는 일이다. 구걸하는 이에게 돈을 주기보다 일을 시키고 그 대가를 지불하라는 옛 말도 있듯이 남을 도와주는 일에도 지켜야 할 예의와 절차가 있는 법이다. 마음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우리가 찾아가야 할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다.

복 만드는 사람, 젊은 사회복지사 송덕희씨
안동시 옥동에 복을 만드는 사람들이 사는 집 안동시종합사회복지관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눈만 뜨면 복지를 외치는 송덕희 사회복지사(31)를 만날 수 있다. 우리 마음속에 무언가 보람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찾아가 만나면 딱 좋을 사람, 그를 만나러 복지관으로 갔다.
임동이 고향인 송덕희 복지사가 사회복지사의 길을 선택한 데는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하신 어머니의 치료 때문에 중,고등학교 시절 자주 들르게 된 보건소의 소장님 영향이 컸다. 오랜 농사일과 자식들 뒷바라지로 관절이 좋지 않으셨던 덕희씨 어머니는 결국 척추수술을 하시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서 만나게 된 보건소장님이 덕희씨에게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과 앞으로 복지사의 앞날이 밝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덕분에 덕희씨는 대학 입시를 앞두고 진로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들과는 달리 일찍부터 사회복지사에 뜻을 두고 망설임 없이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그는 대학에서 사회복지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해볼만한 일이라는 걸 느꼈고, 그리고 무엇보다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다. 제대를 하고 복학을 했을 때 첫눈에 반한 이가 알고 보니 같은 과 후배였다. 처음 보고 6개월을 따라다녔다. 용기를 내서 프러포즈를 했다. 그런데 딱 잘라 거절을 당했다. 마음을 접고 일부러 그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거절을 하고 난 후 석 달 가량 지난 어는 날 그녀가 사귀자고 했다. 그 동안 그를 쭉 지켜봤다고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둘은 나란히 사회복지사의 길을 걷고 있다. 한 사람은 안동복지관에서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영주복지관에서.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가 매력 있는 학문이라는 걸 느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알았다. 그가 졸업할 때 제1회 사회복지사 시험이 있었다. 그전까지는 복지 분야 경험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맡아서 주먹구구식으로 집행했었다면, 복지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춘 복지사로서 복지 분야에 투입된 1기 사회복지사가 덕희씨다. 정부가 복지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시기와 덕희씨가 복지사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시작한 시기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처음 대구복지관에서 1년간 근무하다가 안동복지관으로 온 지 어느 덧 5년이 되었다. 사회복지사로서 하는 일은 그곳이나 이곳이나 차이가 없지만 어쩐지 일할 맛이 더 나고 투박한 사투리에 햇볕에 그을린 사람들 얼굴이 푸근하고 정답게 느껴진다고 하는 걸 보니 그도 어쩔 수 없이 천상 안동사람이다.

시냇물처럼 흐르는 복지에 발 담궈 보세요
그는 복지관이 하는 일을 시냇물과 우물물에 비유했다.
“그전까지의 복지는 우물물에 비유할 수 있어요. 5~6년 전까지만 해도 복지관이라는 우물에 물을 모아 놓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와서 그 물을 한 바가지씩 퍼갔다고 할까요. 그런데 요즘의 복지는 시냇물에 비유할 수 있어요. 복지라는 물줄기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해 놓으면 누구든지 와서 그 시냇물에서 빨래도 하고 물도 퍼가고 그렇게 하도록 하고 있어요.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누구든지 도움을 주고받을 수도 있도록 하는 것, 그게 요즘 복지가 추구하는 거라고 할 수 있죠.”

그 시냇물 줄기가 시원하게 흘러가도록 하는 일, 그게 복지관 식구들과 함께 송덕희씨가이 하는 일이다. 그는 복지관 내 지역복지팀의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하는 일 중 많은 부분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만나는 사람들의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복지의 대상이 되는 장애인, 저소득계층 주민들, 탈북한 새터민 등 복지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도 만나지만, 자원봉사 단체나 개인, 그리고 후원을 해 줄 이들도 만난다. 후원자를 만나러 갈 때 그는 나름대로의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간다. ‘절대 구걸하지 않는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당신은 선택받은 사람이다’가 그의 모토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연결할까를 생각한다. 아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복지관과 가정과 학교를 연계시켜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 그좋은 예다. 그리고 또 그는 이 중의 어떤 사람들과 저 중의 어떤 사람들이 만났을 때 시너지 효과가 클까를 생각하며 양쪽의 연결고리를 찾으려 노력한다.

뜨거운 가슴, 차가운 이성으로 일해야 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되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적정선을 지켜야 하는 것이 복지사의 자리이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찌 인정이 넘치는 경우가 없을까? 때로는 성심껏 응대해주는 그를 너무 믿고 의지해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 낯선 타향에 정착해 살고 있는 새터민들 같은 경우가 특히 그렇다.

2000년 이후로 탈북한 이들이 늘어나면서 이들 새터민들을 위한 복지프로그램이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는데, 새터민들은 대부분 경기도에 있는 교육기관에서 2개월간의 정착교육을 받은 후 소정의 정착지원금을 받고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탈북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수도권에 있는 영구임대아파트의 수요가 다 차서 3년쯤 전부터는 전국의 영구임대아파트가 있는 지역으로 흩어져 정착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안동에도 현재 열다섯 명의 새터민들이 거주를 하고 있다. 대부분 식당이나 재봉일 같은 일용직에 종사하고 있는데, 취업의 어려움과 함께 탈북자를 보는 지역민들의 편견어린 시선 때문에도 힘들어한다고 했다. 거기에다 폭력이나 음주 난동 등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는 몇몇 문제가 심각한 탈북자들로 인해 전체 주민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아 안동에 정착해서 열심히 살려고 하는 이들에게는 복지사인 그로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고향인 북한을 떠나 안동까지 오기까지 나름대로 한두 가지씩 큰 아픔이나 사정을 가지지 않은 이가 없다. 이곳 사정에 어두워 그나마 받은 얼마 안 되는 정착금마저 사기를 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한 경험들이 있는 이들일수록 그에게 지나치리만치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며 의지를 한다. 밤 10시에 함께 가줄 일이 있다며 전화를 하는 이도 있다. 그로서는 자기 일을 하는 것뿐인데도 믿을 사람 없는 타지에서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귀 기울여 들어주고 자신들의 일을 제 일처럼 처리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들을 그렇게 매달리게 했을 터이다.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지만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이다. 새터민들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정보에 어두워 자신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그는 최소한 그런 경우는 없도록 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그의 관심과 배려가 그들을 의존적으로 마든다면 그것은 복지사로서 잘못된 자세라고 그는 말한다. ‘가슴은 뜨겁게 하되 머리는 차갑게’ 라는 말을 그는 매순간 되새기며 일을 한다.

지속적인 봉사, 실천하는 순간 이루어집니다.
복지관에서 하는 일은 크게 가족복지팀, 재가복지팀, 가정지원파견센터, 지역사회조직 부분 이렇게 파트별로 나뉘어 담당복지사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결식아동 도시락 배달 사업을 비롯하여 극빈층 자녀들이나 맞벌이 가족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 후 교실 ‘별빛 쉼터’ 프로그램이나 거동이 불편한 재가 어르신을 위한 이동목욕, 밑반찬 배달, 도시락 배달 등의 지원봉사 등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지역사회 조직 분야는 그가 담당하고 있는 일로 그는 사람들을 엮어서 조직하고 그 모임들을 활성화 시켜서 생활 복지의 저변을 넓혀나가는 일에 관심이 많고 또 그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파트 주민들을 설득하여 살기 좋은 아파트 만들기 운동을 시작하고, 마을봉사단을 조직하여 주민들과 함께 생활 속에서 복지를 생활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동이 고령화가 심각한 곳 중에 한 곳이다 보니 노인복지도 많은 신경을 쏟는 부분이고, 아동학대라던가 방임,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 등의 문제를 담당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도 복지관에서 관심을 기울이는 중요한 사업이다. 아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복지관과 가정과 학교가 연계가 되어야만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복지는 복지사들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아니다. 복지관에서 하는 사업들에 손발이 되어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을 때 복지사업은 비로소 그 빛을 발한다고 하겠다. 전국에서 우수복지관으로 선정된 14년 역사의 안동복지관이라는 이름 뒤에는 몇 년씩 묵묵히 봉사하고 있는 수많은 이름 없는 자원봉사자들과 봉사단체들이 있다.

그러나 게 중에는 자원봉사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이들도 분명히 있다. 단순히 봉사점수를 받기 위해 복지관을 찾아오는 학생들은 분명 바뀌어야 한다. 아예 처음부터 도장만 찍어달라고 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가 절대 용납 못하는 일이다. 그리고 생색을 내기 위해서 철마다 때 되면 찾아오는 이들도 복지관 사람들이 싫어하는 이들이다. 마음은 없으면서 물질로 생색을 내고 사진 찍기에만 급급한 모습들을 이제는 그만 보았으면 하는 바람은 비단 그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봉사는 마음으로 하는 것, 그리고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이제는 전산시스템(VMS)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어디에 가서 봉사를 하든 봉사시간이 전산으로 통합 관리 되어서 누가 기록됩니다. 자원봉사자들의 소중한 시간을 헛되게 되지 않도록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누구나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씩만 봉사를 하면 됩니다. 단 마음이 먼저라는 걸 꼭 알고 봉사에 임했으면 합니다.”
“이 일을 하면서 제가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좋은 일 한다’는 말입니다. 좋은 일은 제가 하는 게 아니고 저는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일을 하는 건데, 그리고 그건 제 직업이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당연히 할 일을 하고 인사를 받는다면 어딘가 이상한 거 같기는 하다.

모금활동이나 각종 행사가 많은 연말이나 설날, 추석날 같은 명절이 끼인 달, 그리고 노인의 달인 10월과 5월 어버이날을 전후해서는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고 평소에도 일의 특성상 밤 늦은 시간이나 일요일이라도 필요하면 사람들을 만나러 가지만 그는 되도록이면 퇴근 후에는 일을 잊어버리려고 한다. 끊임없이 일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기운이 소진되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그런 순간들이 있는데 그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혼자 사시는 독거노인이라 몇 년을 찾아가 뵙고 각종 지원을 해주고 했는데 알고 보니 먼 곳도 아닌 안동 시내에 갑부 아들이 있었을 때 맥이 빠졌던 일 같은 그런 순간들 말이다. 지금은 다시 재충전을 해서 보람을 느끼며 다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지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그는 되도록이면 퇴근 후에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내일을 위해서 자신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서이다.

“혹시 외과의사 봉달희 보세요? 거기서 외과의사가 죽어가는 환자한테 심장이식 수술을 해서 환자의 심장이 뛰자 ‘바로 이런 순간 때문에 의사를 한다’고 말해요. 우리도 똑같아요. 지난번에 어렵게 안동라이온스클럽 통해서 전동스쿠터 한 대를 후원을 받아서 교통사고로 거동을 못하시는 분한테 지원을 했어요. 그분이 그걸 받아가면서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정말 진심어린 감사를 하시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하죠.”

생활 속에 스며드는 복지를 꿈꾸는 송덕희씨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복지를 휴먼서비스라고 한다. 물건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복지 업무의 반 이상은 사회복지사한테 달렸다고도 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가 열정을 가지고 땀도 흘리고 눈물도 흘리고 할 줄 알면 그 사업은 분명히 활성화 되게 되어 있다고 그는 믿는다. 사회복지사가 이걸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회의를 느끼고 있으면 자원봉사자들도 믿고 따라주지 않고 흐지부지 되기 쉽다. 사회복지사 개개인의 역량이나 봉사 마인드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달라질 수도 있다. 다른 직업에 비해 보람도 많지만 힘든 점도 많기에 사회복지사들의 이직률이 아직은 높은 편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더더욱 요즘 남발되다시피 많이 배출되고 있는 예비 복지사들의 자질 검증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꿈꾸는 복지는 한마디로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복지다. 복지관을 주민들과 가깝게 만드는 것, 복지관이 이웃집처럼 아무 때나 놀러가고 싶을 때 들러도 되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그 첫 번째 일이다. 택시를 타고 안동복지관 가자고 하면 잘 몰라도 아나바다 시장 가자면 모르는 기사분이 없다. 5년 전부터 안동MBC와 연계하여 진행해 오고 있는 속칭 홈쇼핑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재활용용품 시장인 ‘아나바다’ 방송 덕분이다. 아나바다만 기억하고 종합사회복지관을 모를 때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 헛웃음도 나지만 그거야말로 주민들 생활 속으로 스며든 생활복지다. 아나바다는 생활 속에 스며드는 복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아나바다, 아나바다 되풀이해서 들려오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길들여져 입에 익어버린 아나바다처럼 주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복지에 관해 듣고 접할 수 있도록 방송도 활용하고 민 ? 관 ? 행정이 하나가 되어 복지 전달 체계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로 복지, 복지라는 말이 저절로 맴돌 정도로 주민들의 머리 속에 복지를 각인시키는 일, 그래서 복지가 특별한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이 되는 것,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스며드는 복지다.

다행스럽게도 안동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안동이 고령화 인구도 많고, 극빈층도 많지만 자원봉사를 하려는 사람들과 단체들도 많다. 워낙 단체가 많다 보니 복지 서비스가 이중삼중으로 지원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김장 김치를 들고 가 보면 각종 단체에서 들고 온 김장 김치가 몇 개씩 나란히 놓여 있다. 온 겨울 내내 먹고도 남아서 도로 남을 주거나 버려야 할 정도다. 김치를 받은 할머니 중에는 “올해는 복지관 김치가 젤 맛있어”라며 품평까지 하신다.
아깝고 비효율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원의 손길이 가 닿을 수 있도록 봉사 단체들을 관리하고 배치하는 일에 그는 많은 신경을 쓴다. 복지라는 것이 아는 사람은 찾아서 먹고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못 찾아 먹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그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찾아서 복지 혜택을 구석구석까지 골고루 흘러넘치게 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에게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극빈층이나 독거노인들을 찾아서 복지의 그늘 아래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는다. 그런 일이야말로 직접 손과 발로 봉사 현장을 다니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학 때부터 사귀어 온 신부 전삼미 사회복지사와 오는 5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덕희씨는 요즘 가정을 꾸린다는 것에 대해 기대 반 걱정 반에 부쩍 생각이 많다고 했다.
“일이 힘들고 기운이 소진되는 걸 느끼고 하면서 결혼을 해서 안정을 찾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경찰들이 이혼율이 높다고 하잖아요. 아무래도 하는 일이 힘들다 보니까. 솔직히 주변에 보면 이 직종도 만만치가 않아요. 배우자의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거든요. 다행히 저희는 같은 일을 하다 보니까 그런 문제는 없어서 좋아요. 말 안 해도 서로 힘든 거 이해해 주고요. 그래서 이왕 결혼하는 거, 제가 모범 사례를 보여주려고요.”

가족 모두 사회복지사, 모범사례 보여줄 터
그런데 알고 보니 덕희씨 남동생도 청주에서 사회복지학과를 다니고 있다. 형이 하는 일이 좋아보였던지 컴퓨터 통계에서 사회복지 통계로 전공을 바꾸어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사회복지도 상담 부문, 정책 부문, 통계 부문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그 중에서 상담 부문과 정책적인 부문은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는데 사회복지 통계는 아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할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기본적인 데이터의 축적에서부터 정책사업의 효과에 이르기까지 사회복지에서도 과학적인 통계의 중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는 추세여서 앞으로 이 분야의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생각한 덕희씨가 이왕 복지사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복지통계 분야가 좋겠다고 조언을 해 준 것뿐이라고.

그리고 그 동생의 여자친구도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다고 한다. 여자친구 사귀는 것도 같은 과 커플로 형의 전철을 밟고 있다. 잘만하면 형제 사회복지사 커플이 탄생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 집에 사회복지사가 네 명이나 되는 전국적인 사회복지사 가족으로 거듭날 판이다. 이쯤 되니 그저 웃고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게 정말로 모범 가정을 이루지 않으면 안 되게 생겼다.
사회복지사 6년 차인 그는 요즘 결혼해서 안정을 얻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배움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고 한다. 복지는 더 밑으로 밑으로 골목골목 구석까지 더 넓게 퍼져 나가야 하고 사람들과 함께 늘 변화하며 살아 움직여야 한다고 그는 믿는다. 그래서 새로운 복지 이론, 복지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그는 늘 목이 마르다. 무언가에 한 번 빠지면 끝을 보고야 마는 그다. 몇 년 전 산에 빠졌을 때는 전국의 산을 주말마다 올랐다. 한때 자동차에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카메라에 쏠리고 있다. 자신의 성격상 자칫 일중독자가 될까 봐 그는 스스로 일과 취미생활과의 균형을 이루며 살려고 애써 왔는데 이제부터는 가정생활과의 균형을 지키며 일을 해 나갈 작정이다. 사회복지사의 길은 그가 평생을 두고 걸어가야 할 긴 장거리 레이스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만난 그 누구보다도 일 이야기를 많이 한 취재원이었다. 개인적인 질문을 한 것 같은데 어느새 이야기는 복지 이야기로 넘어가 있었다. 그래서 종래엔 아예 포기하고 그가 하는 일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은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는 분명 사회복지라는 일에 중독 되어 있다. 그래서 그와 마주앉아 있던 나의 머리 속도 온통 복지라는 말로 가득 차게 만들어 버리는 그는 그럼 사람이었다. 그 날, 열정으로 가득 찬 서른 한 살의 복지팀장 송덕희는 취재를 끝내자마자 바쁘게 시청으로 뛰어갔다. 복지에 관련된 회의가 있었기 때문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