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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처자의 좌충우돌 미국 적응기(글/조은영-미국 필라델피아 거주)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과 만나면 새로운 삶의 방식과 문화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거기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미국에 온지도 반년정도가 지났다. 나는 2년간 호주에서의 체류경험과 더불어 '미국인의 삶'을 묘사한 영화 마니아라 다른 사람들보다는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몇 가지 해프닝 속에서 역시나 인식의 차이와 문화적 충돌을 겪고 있는 중이다. 가령 기숙사에 있는 미국 학생들을 볼 때면 그들의 위생관념이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맨발로 복도를 걸어 다니고 덮고 자던 이불을 바닥에 깔고 앉기 예사다. 그들이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담요를 다시 덮는 것만큼은 보는 사람이 다 괴롭다.

기차에서 생긴 일
학교로 가기위해 매일 아침 나는 기차를 탄다. 기차를 탈 때면 언제나 승차권을 확인하는 승무원을 만난다. 아직도 이렇게 티켓을 분류하는 시스템에 향수를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낯설다. 과거에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시스템이 있었지만 요즘엔 기계가 오작동하지 않는 이상 더 이상 사람들의 노고가 필요 없는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나는 매번 승차권을 승무원에게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들은 나름대로 알림시스템 역할도 한다. 각 역에서 사람들이 편하게 기차에 오르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며, 객차에서 탑승객 방향으로 다음 정차 역을 소리치고 문도 열어준다. 처음엔 그런 그들의 모습이 비실용적으로 보였으나 지금은 고맙고 가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시대의 아날로그적 방신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여유로움을 주기도 한다.

미국에서 생활한지 2개월이 지난 날 기차를 탔을 때 있었던 일이다. 퇴근시간으로 복잡한 기차 안에서 나는 좌석에 앉아있었고 어깨위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기차에 오른 두 명의 여학생을 보게 됐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기차에서 무거운 가방을 받아주는 행위가 친절함의 표현이다. 덜컹거리는 기차나 버스에서 가방을 메고 서있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에티켓으로 여긴다. 나는 한국인의 친절함을 보여주기 위한 생각으로 그들 중 한명에게 가방을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불신이 가득 담긴 얼굴로 “뭐라구요?”하고 되물었다. 나는 약간 당황하며 다시 한 번 말했으나 그녀들은 여전히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순간 나는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이 비록 내 제안의 의미를 이해했다하더라도 나는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문화를 미처 이해해지 못한 나와, 내가 살던 나라의 문화를 이해 못할 그녀들로 인해 우리는 서로 기분이 상했던 것이다. 그러는 반면 그들은 낯선 사람을 길거리에서 만나 인사하는 것에는 인색하지 않다. 만약 한국에서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인사를 한다면, 그들은 나를 예전부터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 갸우뚱할 것이다. 이런 아이러니함에 내가 기꺼이 도움을 주어야 할 때를 파악 못하는 것은, 앞으로 차차 적응해나가며 깨달아야 할 것들 중 하나인가 보다.

안동처자, 총격사건에 놀라고 옷가게에서도 놀랐다
내가 문화적 충격을 느낀 것 중 몇 가지 일상적이지 않은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 있은 이후로 학교에서의 총격사건에 관한 내용을 자주 보고 듣곤 했다.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사람들에게 총기소유를 허락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총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영화도 봐왔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안다는 것은 꽤나 놀라운 일이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총? 맙소사, 총이라니?” 안동의 대학캠퍼스에서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 않은가 말이다.
다음은 내가 미국 성당에서 경험한 것이다. 어느 일요일 미국 성당의 미사에 갔을 때 나는 몇몇 여성들이 신부님을 도와 영성체를 나눠주는 것을 보았다. 한국에서는 여성들에게 그러한 것이 허락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제단 앞에 있는 몇몇 여성을 보고 놀란 기억이 난다. 또 다른 것은 가게에서, 특히 옷가게에서의 에티켓이다. 이곳에선 사람들이 원하는 옷을 선택하고 그것을 피팅룸에서 입어보고는 그 옷들을 아무렇게나 내버려두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 특히 안동에서 그렇게 했다가는 욕먹기 십상이다. 안동에서는 대부분 많은 옷을 입으려고 시도하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으며, 때때로 점원들은 사람들 가까이에서 불편함을 주거나 무관심하다. 이곳 사람들은 행여 옷이 바닥에 떨어져 있어도 줍는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무도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까르페디엠, 실수도 즐기겠다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것은 때때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자신이 편하게 느끼는 곳에 머물기를 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기를 원한다. 늦다면 늦은 시기에 미국에 오게 되었지만, 저마다의 계획과 꿈을 안고 온 주위 유학생들, 특히나 한국에 두고 온 가족과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나이 든 아줌마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곤 한다.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낯선 곳에서의 문화적인 충격은 한동안 계속될 테지만, 좌충우돌하며 지내도 그런 나의 실수 또한 즐기며 살아갈 것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