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슈바이처 김연수 원장(글/천남희-주부, 박영대-동아일보 기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도 평탄한 삶을 포기하고 아프리카 오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슈바이처는 ‘인류의 형제애’를 위한 노력으로 195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가 상을 받으러 오는 것을 취재하기위해 기자들이 기차 속에서 그를 찾았을 때 그는 특등실도 1등칸도 아닌 3등칸에서 허름한 옷을 입은 시골 사람들을 진료하고 있었다. 어느 기자가 물었다.
“아니 어떻게 여기에 계세요?”
“나는 내가 즐길 곳을 찾아서 살아온 것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다니며 살아왔습니다. 지금도 나는 그렇게 사는 것뿐입니다.”
도시빈민의 아버지, 신림동 슈바이처 김연수씨
이번호에서는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일하며 봉사하는 삶, 그것에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래서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그도 나누는 삶으로 인해 ‘신림동 슈바이처’라는 별칭이 항상 따라 다닌다. 형형색색의 꽃으로 우리의 세상이 한껏 아름답게 꾸며지고 있는 이때에 나는 그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난 것이다. 올 봄은 그래서 더불어 행복하다. 그가 바로 안동사람 김연수 원장이다.
김 한의원, 신림동에서 39년째 한의원을 운영하며 봉사를 하고 있는 김연수(74)원장이 일하는 곳이다. 일흔을 넘은 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건강하고 밝은 얼굴이었다. 즐겁게 일하니 늙지도 않는단다. 전화로 취재 요청을 했을 때 “얘기 할게 뭐 있노? 없다 특별한 거 아무것도 없다.”며 꼭 만나고 싶다면 같은 고향사람이니 점심이나 같이 먹자 신다. 그래서 일단은 점심을 먹기로 약속을 잡고 한의원을 찾았다. 약속한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환자 진료하랴 침놓으랴 영 시간이 나지 않아 보인다. 2층과 진료실을 오가며 분주히 환자를 맞는다. 환자 진료를 우선시하는 그에게 점심을 함께 먹는 시간마저도 낭비며 사치로 보여 그냥 올수도 없고 기다리기가 영 면목이 없었다. 진료실에서 초조하게 그를 기다리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그의 진료실에 가득한 감사패 공로패 표창장 훈장 등으로 대강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었다. 내가 기다리는 것이 맘에 걸렸는지 언제 지었는지 감기약과 함께 그에 대해 이미 기사화된 내용을 건네주며 보고 있으란다. 감기에 걸려 훌쩍거리는 내 모습을 예사로 보지 않으셨나보다.
“내 할 말 거기다 있어. 뭐 특별한 거 없어. 봐, 환자 진료나 하고 있는 노인네에게서 뭐 다른 게 있겠어.” 계속해서 얘기할 아무것도 없다며 웃으신다. 그리고는 또 어디론가 환자에게로 달려가는 김연수 원장. 그의 방 한쪽 벽에 Jesus-Laughing 이라는 제목의 작은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연필로 스케치한 그림인데 액자 속의 예수님이 웃고 있었다. 쾌활하게 웃고 있는 예수님을 보자 그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김 원장의 모습을 보며 예수님이 항상 저렇게 웃으며 격려해 주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내 차례가 돌아왔다. 그러나 다음 진료시간까지 시간이 또 얼마 남지 않았다. 그가 맛있다며 함께 먹자던 설렁탕의 맛은 지금 생각해도 영 기억이 안 난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크게 무슨 목표를 세워놓고 추진하기 보다는 주변의 사소한 문제들을 한 가지씩 실천해 나갈 때 그 뜻이 더 커져 큰 일이 되는 때가 있다. 그의 삶이 그런 것 같았다. 특별한 것이 없다고 말하는 그의 삶이 이미 세인들에게 특별한 삶으로 보여 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의 작은 실천의 삶이 어떻게 그렇게 특별하게 이루어 졌는지 그에게 들어보자.
덤으로 주어진 인생, 남 위해 살아야겠다 생각
그의 고향은 풍천면 구담리이다. 그가 17세까지 생활한 곳이다.
“안동 뭐 특별한 게 있나, 초등학교 다닐 때는 다 어려운 처지라 고단한 세월이었고 중학교 다니다가 6.25사변이 일어나서 졸업도 못했는데, 출생지고 고향이다 뿐이지 뭐 별거 있나.” 그에게 지나온 세월은 그렇게 생각되나 보다. 어렵고 고단한 세월 그래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일지도.
풍천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안동에 있는 중학교 3학년에 다니다가 전쟁이 났다. 당연히 학교는 더 이상 못 다니게 되었고 학군단이 조직되면서 17세에 강제로 군대에 끌려갔다. 8월 하순경에 포항에서 기초교육을 받은 후 대구전투에 참가하기 위해 부대와 함께 이동 하던 중 차가 잠시 멈추었고 그때 배가 아팠다. 상관의 허락을 받고 논둑에서 용변을 보고 있을 때 갑자기 폭음이 들렸고 그는 정신을 잃었다. 한참 후 정신이 들었을 때 이미 동료들은 전사한 후였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고향으로 다시 돌아갔지만 이미 약종상을 하던 부친은 사망을 한 후였고 전쟁으로 집안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더 이상 그의 힘으로 어찌 해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가 서울행을 결심한다. 차비도 없이 무작정 기차에 올라 삼촌을 찾아가면서 그의 서울 생활이 시작되었다. 지금도 그는 늘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 생각한다. 덤으로 주어진 인생이니 나 자신을 위하기보다는 남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그것이 그때에 그에게 생명을 빼앗아 가지 않은 절대자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는 생사고락이 있겠지만 그 소설 같은 이야기는 정말 소름 돋도록 끔찍하고도 상상되지 않는 인생역전드라마이다. 70년대 상영된 어느 영화를 보는듯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
삼촌 집에서 낮에는 공장 일을 돕고 저녁에 동북고등학교 야간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던 중 삼촌이 공장장 일을 맡기려 하자 그는 독립을 결심했다. 공부를 아직 더 해야 할 것 같아서이다. 그냥 그대로 주저앉으면 공장에서 평생을 보낼 것 같은 두려움 같은 것이 생기더란다. 이후 그의 생활이 더 고단했음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친구 집을 전전하던 중 청량리에 있는 천막교회 앞을 지나다가 부흥집회에 참석하면서 큰 은혜를 받고 그 교회에서 아예 숙식을 하며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내가 장충동에 있던 동북고등학교 다니던 거나 대학 다니던 거 얘기하려면 끝이 없어. 군대에 끌려가다 다시 살아 집에 갔을 때 사촌형에게서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정말 그런 분이 살아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예수님이라는 확신이 선 것은 그때부터 인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 후 아무런 조력자 없이 시작한 대학생활은 그에게 참으로 어려운 시기였다. 그렇게 생활하면서도 그는 명문대 법대를 졸업했다. 형편이 어렵긴 했지만 약자 편에 서서 살겠다는 생각으로 법학을 공부하면서도 야간에 직업훈련학교에서 교사로 4년간 봉사했다.
어려울 때마다 신앙심으로 견디고 이겨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6.25전쟁에서 살아났던 일과 천막교회에서 신앙생활 했던 일을 떠 올리며 하나님을 의지했지. 청량리 동도교회에 있을 때 내 마음속에 신앙이 확실하게 자리 잡았어. 그래서 항상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했지 또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다른 사람 한 시간 할 거 내가 열 시간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어렵게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 본다고 허송세월 보냈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 그래서 내가 기도를 했지. ‘하나님 내가 어렵고 가난하고 소외된 자 억울한 자를 위해 살려고 법을 공부했는데 이러다가 내가 폐인이 되고 말겠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목숨 이웃을 위해 살게 해 주세요’ 라고. 기도를 할수록 이게 내가 가는 길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대. 그래서 내가 한의사가 되어서 열심히 돈을 벌어 가난한 자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의대를 갔지”
약종상 하던 부친의 영향이었을까 그는 다시 동양의학대학(지금의 경희대) 한의대에 들어갔다. 동기생 집에서 친구 아버지 일을 도와주며 학교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1968년의 일이었다.
“졸업하고 한의원을 내야 하는데 내가 돈이 없잖아. 서울 변두리를 다 돌아 다녀 봤지. 그러다가 신림동까지 오게 되었어. 그때는 여기 집들이 모두 판자촌이고 비만 오면 질퍽질퍽 했지. 어려운 사람들이 많더라고. 여기다 싶었지. 그때에는 이곳이 병원이 없는 곳이라 밤에 응급환자 생기면 자다가도 일어나 진료했지. 치료비 낼 사람이 반도 안됐지. 처음부터 외상장부는 아예 만들지 않았어. 만들어 놓고 마음 쓰기도 싫고. 10명중 3명만 돈 받아도 봉지쌀 사고 보리쌀 사고 생활하겠더라고. 그렇게 시작된 곳이야 여기가. 얘기하려면 끝도 없어.”
돌고 돌아 한의학을 공부했지만 하나님이 그에게 준 꼭 맞는 달란트였다. 그때부터 39년간 그는 신림동에서 무료진료며 봉사를 해 ‘신림동 슈바이처’로 불리게 되었다. 그가 국민일보에 연재한 ‘역경의 열매’를 보면 내가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대강의 줄거리들이었다. 한의원 개설 후 겪게 된 여러 가지 일이나 사건들, 정말 끝도 없는 얘기 들이었다.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 내고 절망의 늪에 빠졌을 때 그 절망을 보지 않고 희망이라는 단어에 꿈을 실어 두려움 없이 생활한 그의 삶에 최선이라는 단어를 붙여주고 싶었다.
남들이 가지 않는 뒷길 그러나 사람의 꽃이 핀 길
1976년 그가 관악구 한의사회 회장을 하면서 관악구청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한방무료 진료소’를 설치했다.
“그때는 불신이 만연하던 때라서 관과 함께 하는 무료 진료라 신뢰성이 없었어. 3-4개월이 지나도 환자가 거의 없었지. 나름대로 꿈을 갖고 만들었는데 난감하더라고. 그러다가 좌골신경통을 앓던 예비역 장성을 치료하고 난 후부터 환자가 물밀듯 밀려 왔어.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이 당시 KBS사장 형이더라고. 그 사람이 얘기해서 방송국에서 대한뉴스에 홍보를 해줬지. 신문이며 잡지며 그때부터 유명세를 치러야 했지. 무료 진료소는 물론이고 개업한 한의원에도 환자가 많이 왔어”
치료비도 없을뿐더러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서민들에게 무료진료소가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무료진료소는 1981년까지 5만 여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그러다가 관악구가 동작구와 분리되고 또 그도 회장직을 물러나면서 없어졌다. 국민보험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무료진료에 대한 의미도 많이 희석될 때였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그때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으며 1986년에는 국민 복지 향상에 이바지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꿈을 이루기 전까지는 꿈꾸는 사람을 가혹하게 다룬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꿈을 꾼다는 것이 죽을 각오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남들이 가지 않는 뒷길을 걸어갔지만 그 뒷길에는 아름다운 꽃길이 있음을 그는 알았을까. 선을 행하되 낙심치 않으니까 하나님이 축복해 주셨다며, 그는 인간이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 돕는 자가 있어야 한다며 하나님의 은혜로 돌렸다.
그는 또 지난 3월 납세의 날에 모범납세자로 선정되어 국세청장상을 받았다. 30년 동안 나오는 세금 아무 소리 안하고 냈더니 주더라며 별 의미를 부여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힘들고 어렵게 절약해 모은 돈으로 경희대학교에 한의학 기초학문 발전기금으로 3억여 원을 쾌척하기도 하고 한의원을 지으려고 사둔 부지를 교회에 바치는 등 사회 환원은 그에게 생활이었다. 1991년 시의원을 나갔을 때도 선거 운동할 시간이 없으니 선거운동비를 교회 성전건축 헌금으로 바쳤다. 구민들과 교인들의 자발적인 선거운동으로 시의원에 당선되었다며 하나님이 더 큰 것으로 그에게 돌려준 것 아니냐며 반문하신다.
“자식들에겐 재물보다 신앙을 물려주었지”
젊었을 때 학교 다니기가 힘들어서일까. 그는 경산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의학박사학위를 받은 후에도 서울대와 연세대 중앙대 대학원을 원 없이 다니며 못다한 공부를 계속했다. 일흔을 훌쩍 넘긴 지금도 관악구 학부모대학 학장을 맡고 있으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강의를 나간다.
“학생들에게 뭐 강조 할 거 있나. 열심히 살고 정직하게 살라는 거지. 열심히 살다 보면 부가 따라오고 돈을 벌면 남에게 봉사할 수 있다고 말하지. 특별한 거 없어. 장학금 줄때 그러지 공짜로 주는 것이 아니라 빌려주는 것이라고. 나중에 훌륭한 한의사가 되고 돈 많이 벌게 되면 후배들에게 똑같이 베풀어야 한다고 말은 하지.”
그는 노력한다고 했더니 그 복이 자식에게 오더라며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며 신앙생활 잘하는 자식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큰 아들은 피부과 의사로 작은 아들은 한의사로 사위까지 치과의사이다. 물론 처음에 아들들이 의사를 희망했던 것은 아니란다.
“서울대 공대 간다고 원서를 써온 큰 아들을 내가 3시간정도 설득했지. 남을 위해 봉사를 해야 한다고, 봉사를 입으로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돈이 있어야 봉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소꼬리 보다는 닭 머리가 더 낫지 않느냐며 중앙대 의대를 추천 했지. 어려서부터 한의사가 되겠다던 둘째는 교사 생활 좀 하다가 편입해서 한의대를 나와 지금 박사과정 2년째야. 지금은 셋 다 나보다 더 봉사활동을 잘하지. 해외 선교봉사를 많이 가고 있어. 내가 뭐 특별하게 해 준 것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잘하고 있어. 집 사람이 많이 애 썼지. 자식들에게 재물을 물려주는 것보다 신앙을 물려주는 것이 백배 낫다고 어려서부터 늘 성경을 읽게 하고 일정한 시간이 되면 기도 하게 하더니 지금은 몸에 배어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어. 이제는 집사람이 나보다 더 바빠. 전국 여전도회 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거든. 뭐 있겠어. 부끄러움 없이 살려고 노력했는데 남은 여생도 그렇게 살도록 노력해야지.”
관악중앙교회에 다니는 그는 지난해 장로 장립 31년 만에 원로 장로로 추대되었다. 처음 김연수의원으로 시작한 한의원을 3년 전부터 김한의원으로 이름을 바꾸어 현재 아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자꾸 방송에 나가고 신문에 나가고 하니까 어렵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일주일에 한 10명 정도 되는데 그 사람들도 갑갑하니까 찾아오겠지만 괄시하지도 못하겠고 좀 난감해. 과거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했는데 아들이 함께 있으니까 손님 대하는 것이 좀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야. 지금도 무료 진료는 하고 있지 . 영세민이나 교회식구들도 있고. 사실 침은 거의 공짜야.”
모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 그는 성적순이 아니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우선으로 선정해 전달하고 있다. 어렵게 보낸 학창시절 때문 일게다. 그가 공부할 때만 해도 어렵더라도 미래가 보였는데 지금은 가난이 대물림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기독인들부터 이웃의 가난의 사슬을 끊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희망’이라는 보약을 마지막까지 잘 달여볼터
한의원에서 그는 진료실과 2층을 오가며 분주 했다. 탕제실에 가서 환자들에게 보낼 약을 손수 점검하고 확인하느라 바쁜 것이었다. 부원장인 아들이 시술한 환자기록까지 저녁이나 새벽에 일찍 일어나 확인 한다고 하니 그의 별거 없다던 삶이 특별함에는 다 그만한 노력과 애씀의 결과였던 것이다. 한의사 중에 95세까지 진료를 한 친구가 있다며 이 즐거운 일을 그도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하고 싶다 했다. 그는 지금도 새벽4시면 일어난다. 하루도 빠진 적 없는 새벽기도 후 관악산을 등반하는 것이 유일한 그의 운동이다. 시간이 없어 할 줄 아는 운동이 아무것도 없다며 항상 종이와 볼펜을 가지고 관악산을 돌며 많은 생각을 하며 메모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의원을 찾아 왔다가 건강을 회복하고 더불어 정신까지 밝아져 삶의 의욕을 되찾고 돌아갈 때면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재확인한다. 지금도 가끔 내지 않은 진료비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니 보람을 느낀다며 고난과 역경의 시간은 그에게서 잠시였다고 말한다. 어렵고 힘든 세월을 지혜롭게 잘 이겨낸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어떤 어려움도 희망이라는 보약으로 달여 쓸 줄 아는 참으로 긍정적인 생각의 소유자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으로 그가 있기에 이사회가 더욱 따뜻하고 아름답지 않은가. 그가 안동사람임이 자랑스럽다. 어렵고 힘든 시절의 고향이라 특별한 게 없다고 말은 했지만 그는 안동 향우회 부회장을 지냈고 지금도 풍천초등학교 동기생들과는 정기적인 만남을 가지며 고향사랑을 나누고 있다
훗날 그가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아마 감격스러운 칭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잘 했다. 충성된 종아. 나의 일에 최선을 다했으니 내 잔치에 참여하라.”
자신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봉사하는 아름다운 그의 삶, 따스한 연두색 바람으로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안동>